생산성이 높은 상위 5% 기업과 나머지 기업들과의 생산성 격차가 2000년대 들어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7일 ‘기업 간 생산성 격차 확대의 배경과 총생산성 및 임금격차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신용평가정보 케이아이에스(KIS)-밸류의 외부감사 대상 기업 1만7천여곳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이후 선도기업(업종별 상위 5%) 생산성은 빠르게 향상됐지만 후행기업(하위 95%)의 생산성 개선은 더디면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2000~2015년 제조업의 선도기업 다요소생산성(MFP)은 연평균 5.4%, 후행기업은 연평균 3.7% 증가했다. 서비스업에선 선도기업과 후행기업이 각각 5.1%와 2.4%로 격차가 더 컸다. 다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2015년 기준 선도기업의 다요소생산성은 1억1300만원이었지만 후행기업의 다요소생산성은 1천만원에 불과해 11배나 차이가 난다. 업종별로는 규제가 빠르게 완화된 운송·통신업 등에선 2003~2013년 생산성 격차가 줄었으나, 규제개혁이 미흡한 과학기술서비스·전기 및 가스업 등에서는 격차가 확대됐다.
이런 생산성 격차 확대는 선도기업의 기술우위보다 후행기업의 역동성 저하에 기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후행기업이 선도기업과 생산성 격차의 절반을 따라잡는 데 걸리는 기간이 제조업은 1.6년(2000~2004년)에서 2.1년(2011~2015년)으로, 같은 기간 서비스업은 2.4년에서 3.1년으로 늘었다. 한은은 “후행기업의 생산성 정체는 기존 후행기업의 신규기술 도입 유인이 약화한 것과 더불어 신규기업 진입, 한계기업 퇴출 등을 통한 후행기업 내 자원 재배분의 효율성이 낮아졌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최창호 차장은 “기업 간 생산성 격차 확대는 임금격차 확대로도 이어진다”며 “기업 간 기술 전파와 효율적 자원 재배분을 촉진해 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축소하는 정책들이 총생산성과 임금 불평등을 동시에 개선하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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