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준비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여야 만장일치로 ‘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보고서 채택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이 총재는 1970년대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 만에, 1998년 한은 독립 뒤 처음으로 연임 총재가 됐다. 새 총재 임기는 다음달 1일부터 4년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총재는 “현재 경제상황을 보면 금리 방향은 인상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 지금 금리도 충분히 완화적이기 때문에 1~2번 더 올리더라도 긴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금리 수준이 그대로 간다면 경기가 회복하는 수준에서 완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줘야 한다”며 현재 경제 상황에서 금리 방향은 인상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재정건정성 유지와 (노동시장 개선 등) 다른 근본적 해결책을 병행하는 요건이 충족된다면, 재정 여력이 있으니 재정 역할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한국지엠(GM)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 등 전북 지역에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 등을 통해) 400억~500억원을 곧바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주기 위해 한은이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 후보자의 연임 지명 배경을 두고 ‘말 잘듣는 총재’를 선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의 예스맨 총재가 되는 것 아니냐” “너무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인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 총재” 등 야당 쪽에서 주로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그는 “임명권자도 한은 업무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감안해 연임시킨 만큼, 중립성과 독립성을 염두에 두고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싱크탱크’로서의 한은 역할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2002~2007년 북한연구원에서 낸 연구자료가 44건 있는데, 그 이후 10년 동안은 7건에 불과하다. 미래 남북경협이나 통일경제를 대비한 연구 축적이 필요한데 소홀했다”는 지적 등이 대표적이다. 한은 보고서가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공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을 반대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 이 후보자는 “바깥에 보도됐을 때 정부와 엇박자를 내 불필요한 혼선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내부적으로 다른 채널을 통해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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