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해외소비 변동…’ 보고서
“가계소비 대비 해외소비, 외국에 비해 높지 않아”
“여행·교육, 고용유발 큰만큼 경쟁력 확보를” 주문
“가계소비 대비 해외소비, 외국에 비해 높지 않아”
“여행·교육, 고용유발 큰만큼 경쟁력 확보를” 주문
“관광지마다 한국인이 차고 넘쳐 깜짝 놀랐다. (중략)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우리가 이렇게 흥청망청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중략)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가 매년 해외여행을 즐기고, 경상수지 흑자의 4분의 1 정도를 해외여행 경비로 소진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초 누리꾼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의 칼럼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 내용의 일부다. 김 부장은 당시 젊은이들의 과도한 해외여행 풍조를 개탄하다 누리꾼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는데,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지출이 외국보다 과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은이 26일 내놓은 ‘해외소비 변동요인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17년 1~3분기 해외여행 또는 유학연수 경비(해외소비)는 23조4천억원(실질 기준)으로 전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였다. 지출액은 2016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 증가했고, 해외소비 비중은 3.8%(2016년 연간)에서 0.2%p 높아졌다.
한은은 선진국 및 소규모개방 경제국 10개 나라(캐나다·핀란드·독일·일본·네덜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스웨덴·영국·미국)의 해외소비 비중에서 상·하위 25%를 제외한 범위가 3~4.5%였다며, 한국의 해외소비 비중(2016년 3.8%, 2017년 4%)은 그 중간에 위치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자료 기준으로도 전 세계 42개국 가운데 한국의 여행지급액(해외여행비+유학연수비)은 22번째로 중간에 있었다. 42개국의 여행지급액 비율 중간값도 3.9%로 한국 수준과 거의 일치했고, 42개국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 중간값은 4.2%로 한국보다 되레 높았다.
보고서는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고려해도 우리나라의 가계소비 대비 여행지급액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의 여행지급액 비중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은 중국(5.9%), 말레이시아(6.5%), 필리핀(5%) 등보다도 낮았고, 1인당 소득이 2만~4만달러 수준인 나라들과 비교해도 중간 정도에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해외소비 증가 요인은 뭘까?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1인당 국민소득 증가·저가항공사 확산·유학 관련 제도변화 등 추세 요인과 실질 환율·국제 유가 흐름 등 순환요인으로 나눠 분석했는데 “최근 해외소비 비중 증가세는 경제구조 변화와 관련된 추세적 요인보다는 실질 환율 상승 등 순환요인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해외소비가 환율 변동에 가장 민감하더란 것이다. 상품 수출이 증가해 원화 환율이 강세(하락)를 띠면 해외소비가 증가하고, 반대로 상품 수출이 줄어 환율이 약세(상승)를 보이면 해외소비가 증가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변동 폭을 축소하고 경기 진폭을 완화하는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과도한 해외소비의 부작용도 지적됐다. 2000년 2%였던 한국 해외소비 비중(실질 기준)은 2004년 주 5일제 실시로 해외여행이 크게 늘면서 2007년 4.3% 수준까지 뛰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하락세로 반전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4%까지 올랐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모형연구팀 김민수 과장은 “국내 대표산업인 전기·전자기기 수요가 1조원 줄 때 고용 감소 폭은 2천명 수준이다. 그런데 여행과 교육은 수요(소비)가 1조원 줄어들면 고용이 각각 1만8천명, 1만2천명이 줄어들 정도로 고용과 부가가치(GDP) 유발효과가 높다”며 “과도한 해외소비는 내수, 고용 등 국내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만큼 국내 여행산업 및 교육산업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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