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와 비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박인규 디지비(DGB)금융지주 회장(64)이 29일 지주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박 회장은 지난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겸임 중이던 은행장 직을 사임하고 상반기 중 지주 회장직도 내려놓을 뜻 밝혔으나, 검찰 수사 확대와 여론 압박에 사퇴 시기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일련의 사태에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와 사퇴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디지비금융지주와 자회사 대구은행은 4월2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후속 조처를 논의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직을 3년간 겸직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3년간의 새 임기 중 1년을 재직했다. 하지만 연임 이후 대구은행에서 비자금·채용비리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또 금융당국이 개선을 요구한 지배구조상 ‘셀프 연임’ 문제에 연루됐고, 제왕적 경영 행태로도 비판을 샀다.
현재 박 회장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간부 16명과 법인카드로 32억7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비자금 30여억원을 조성해, 일부를 개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은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검사에 이어 검찰 수사에서도 채용비리 혐의가 포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어 “박인규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차례 경찰의 소환 조사까지 받고도 버텼지만 이제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까지 터졌다.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뒤흔든 비리다”라며 박인규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