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또 한 번 요동쳤다. 이번에는 무역분쟁이 원인이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유사한 형태로 맞대응했다. 경제 규모 1~2위인 나라들이 다툴 경우 세계 교역량이 줄어 국내 수출이 타격을 입을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시장의 힘이 주가를 끌어올릴 정도로 강하지 못했다. 3월 초에 국내외 시장이 반등했지만 단기에 그쳤다. 월말에는 많은 선진국 주가가 다시 저점을 뚫고 내려왔는데, 시장이 반등은 작고 하락은 큰 형태로 바뀐 것 같다. 이런 점 때문에 무역분쟁이란 재료가 없었어도 주가가 오르긴 힘들었다. 높은 주가에 따른 부담이 계속되고 상승 동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요인이 주가를 움직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날부터 주가가 내려간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2월에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그 영향으로 지금은 시장이 약간의 금리 움직임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형태로 변했다. 금리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초 투자자들은 3월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지난 2년간 주가가 그렇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금리를 올린 직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금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금리 결정 회의 직후 연준이 예상보다 더 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더해진 결과였다.
무역분쟁이 단기 재료라면 시장 에너지와 금리에 대한 반응은 시장의 틀을 구성하는 부분이다. 무역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된 예가 없다. 그렇게 되면 관련된 모든 나라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았는데 이번 역시 2~3일간 주가가 하락한 후 다시 올라왔다. 반면 구조적 틀과 관련된 부분은 시장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시장의 에너지가 어느 날 갑자기 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주식을 살 수 있는 수준이 되든지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돼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가가 금리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도 비슷하다. 금리가 언제쯤 안정될 것인가는 경제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다.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축소하는 게 대세인 만큼 주가가 금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건 정책이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확신이 든 후에나 가능하다.
시장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경중을 구분해야 한다. 상황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재료가 있는가 하면 혼란만 가중하는 재료도 있다. 무역분쟁은 중요한 판단 재료가 아니다. 시장의 틀을 만들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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