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취임식이 열렸다. 1998년 한국은행 독립 뒤 첫 연임 수장이 된 이 총재는 이날 정부에 좀더 적극적으로 정책의견을 개진하고,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를 위한 정책운영 체계나 수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제공
인사청문회와 언론검증 과정에서 정부에 쓴소리 못하는 과도한 ‘예스맨 성향’을 지적받았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에 정책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일성으로 2기를 시작했다. 또 성장과 물가의 관계가 예전과 다른 만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은은 2일 오전 9시 서울 세종대로 사옥에서 금융통화위원들과 간부들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주열 총재 취임식을 열었다. 이 총재는 미리 배포한 취임사를 통해 “긴 안목에서 볼 때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해 나가는 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하겠다”며 “심도있는 조사연구를 통해 경제현안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 정책당국에 부단히 제언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에 쓴소리하지 못하는’ 예스맨 기질과 한은의 부실해진 정책연구 역량을 질타받았는데, 이제 좀더 적극적인 의견개진에 나서겠다고 방침을 밝힌 셈이다.
그는 취임식 뒤 기자간담회에서 ‘청문회 때 소신이 없다고 지적을 받았는데 정책당국에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중앙은행도 정책당국인데, 정책당국이 다른 (정책당국의)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엇박자, 불협화음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고, 시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말도 나온다”며 “가급적 시장에 그런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 얘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완화기조 유지 속 점진적 축소’라는 기존 견해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실물경제나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누증, 자본유출 가능성 등 금융시스템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 운영체계나 수단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성장과 물가 간의 관계변화, 금융안정에 관한 중앙은행 역할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물가안정목표제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기준금리 운용의 폭이 종전보다 협소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여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금리만으로 성장세도 금융안정도 이루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금리로도 가능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보는데, 그게 무엇이냐는 나중에 차차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이 뭐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한 관계자는 “‘성장하면 물가가 오르는’ 기존 통념과 달리 지금은 성장해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 이런 속에서 통화정책 운용 수단인 물가안정목표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물가안정목표제까지 전체적으로 검토를 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연임 발표 뒤 노조원들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내부경영과 관련해서는 “이전 4년간 안정을 우선시했다면 앞으로 4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두겠다”며 “권한의 하부위임, 부서 간 업무중복 최소화 등으로 업무처리 및 의사결정체계를 효율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영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계획은 없고, 부서 스스로 비효율성을 찾아내도록 하고 총재는 (인사 권한 등을) 상당 부분 하부 위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은 안팎에서는 “이 총재 본인이 부총재로 있던 시절에 이성태 총재로부터 내부살림에 관한 권한을 거의 위임받아 행사했다. 그런 식으로 내부경영에서 상당 부분 손을 떼겠다는 뜻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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