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규 주택 구입이 늘면서 가계의 여유자금이 한 해 전보다 19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정부 곳간은 더 넉넉해졌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7년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부문 포함)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50조9천억원으로 전년도(69조9천억원)보다 19조원 줄었다. 2015년에는 가계 순자금운용 규모가 94조2천억원이었다. 자금순환 통계에서 순자금운용이란, 경제주체가 예금·주식·채권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여유자금을 말한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좋다보니 분양물량이 늘어서 신규 주택 구입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순자금운용 규모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시가변동이 반영된 잔액 기준으로는 가계 금융자산은 3667조6천억원으로 전년(3390조4천억원)보다 8.2% 늘었고, 금융부채는 1566조7천억원에서 1687조3천억원으로 7.7%(120조7천억원) 늘었다.
가계와 달리 일반정부는 순자금운용 규모가 2014년 19조원, 2015년 20조1천억원, 2016년 39조2천억원, 2017년 49조2천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한은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도 불구하고 세입 증가 영향으로 순자금운용 규모가 2009년 이후 최고치였다”고 설명했다. 국세 수입은 2016년 242조6천억원에서 2017년 265조4천억원으로 9.4% 증가했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구성되는 예산에 공공기금까지 더해 계산한 통합재정수지도 2016년 16조9천억원에서 2017년 24조원으로 흑자폭이 커졌다.
일반기업(비금융법인기업)은 순자금운용이 -14조4천억원으로 전년도(-2조4천억원)보다 마이너스 폭(순자금조달)이 더 커졌다. 박 팀장은 “지난해 민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증가세를 보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설비투자는 2016년 242조6천억원에서 2017년 265조4천억원으로, 민간 건설투자는 209조4천억원에서 2017년 232조8천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외국인 포함)의 합계인 총금융자산은 1경6515조5천억원으로 전년 말(1경5482조4천억원)보다 1033조1천억원이 늘어났다. 자산종류별로는,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지분증권과 투자펀드가 19.7%에서 21.6%로 늘었고, 채권(-0.6%포인트), 현금과 예금(-0.1%포인트), 대출금(-0.1%포인트) 등은 약간씩 비중이 줄었다.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가계의 금융부채(1687조3천억원) 대비 금융자산(3667조6천억원) 배율도 2.16에서 2.17로 약간 개선됐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