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오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금융권의 채용차별 실태조사와 개선을 요구했다. 사진 금감원 제공
케이비(KB)국민은행에 이어 케이이비(KEB)하나은행도 신입사원 채용단계에서부터 여성 지원자를 구조적으로 차별해 사회적 파문이 일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금융감독원장을 면담하고 실태조사와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김기식 금감원장은 향후 경영진단평가에 고용상 양성평등 문제를 포함시키고 남녀차별 채용비리 조사도 제보 등을 중심으로 확대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날 오전 정현백 장관은 김기식 원장을 만나 “국민은행, 하나은행 채용비리에서 드러났듯 유리천장이 입직 단계에서 발생하고 점수 조작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여성계가 거의 경악하고 굉장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위법적 차별이) 터졌지만 금융기관 채용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도감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장관은 또 “금융권은 특히 여성 근로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데 관리자 비중은 적다”면서 “유리천장의 대표적인 것이 금융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분야에서 여성 대표성을 높이는 것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했는데 올해 조사에서 이미 목표치 달성했다”면서 “그런데 공공 부문에서 비해 민간 부분은 너무 비율이 낮다. 균형을 맞추는 데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이에 김 원장은 “취임 전에 하나은행 조사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게 남성·여성 채용 비율을 정해놓고 더군다나 합격점수를 남녀 달리해서 차별해서 여성을 대거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린 게 가장 충격적”이라며 “대한민국에 어느 기업이 금융권말고 여성 채용을 줄이려고 하는 곳이 있을까. 그런 후진적인 의식 때문에 이런 채용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현행법상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금감원이 징계할 규정이 미비한 점을 한계로 짚고, 또 법 위반 때 제재와 처벌이 최대 벌금 5백만원으로 지나치게 약한 점을 문제로 들었다. 다만 금감원은 앞으로 경영진단평가 때 고용상 젠더 문제를 들여다 보고, 최근 들어온 관련 제보도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금감원은 금융권을 상대로 경영진단평가 하는데, 앞으로 진단 검사를 할 때 고용에서 젠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반드시 들여다보도록 해서 개선되도록 하겠다. 또 2금융권에서 관련 제보가 들어와서 조사를 할 것이어서 이 문제가 조사가 진행된 다음에 개선해 가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금융권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장관은 여성금융인네트워크 김상경 회장 등의 요청을 전하며 향후 금융권이 채용단계별로 서류와 최종 합격 등에서 남녀 성비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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