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 금융노조 서울외국환중개지부장이 1월29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 앞에서 한은 출신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여기 적폐는 그대로입니다.”
외국환 매매 등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외국환중개㈜ 한 직원의 말이다. 민간 금융회사지만, 이 회사 경영진은 한국은행 및 정치권 인사들로 채워진다. 18년 역사에 직원 수 100명 남짓인 이 회사 직원들은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를 더 이상은 못참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서울외국환중개 차기 사장에 전승철 전 한은 부총재보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를 1년4개월 앞둔 상황에서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가기 위해 전 부총재보가 지난달 31일 사직했기 때문이다. 이달말께 열릴 공직자윤리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다음달 초 사장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외국환중개는 10개 은행이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 금융결제원이 모회사다. 지난 2000년 금융결제원에서 외환·원화 중개 업무를 떼어내 독립했다. 금융결제원은 한은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지금껏 예외없이 한은 출신 인사가 사장을 맡아왔는데, 자회사인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자리도 한은 몫처럼 돼 버린 것이다. 또 이 회사의 2인자 격인 전무는 정치권 몫이다. 이달 초 취임한 신임 전무는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김범모 전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이다. 서열 3위인 상무는 모회사인 금융결제원에서 내려보낸다. 조화건 전 정보보호본부장이 약 1년 전 부임해왔다. 이처럼 100% 외부 출신으로 회사 수뇌부가 구성되는 것을 두고 내부 불만이 들끓자 5년쯤 전 내부 승진인사 몫의 상무대우 자리가 만들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안정적 경영은 불가능하다고 직원들은 토로한다. 한 예로, 2012년 4월 취임한 장병화 전 사장이 2014년 6월 한은 부총재로 ‘컴백’하면서 사장 자리가 비었는데, 6개월 만인 그해 12월에야 한은 통화정책국장 출신의 정희전 사장이 취임했다. 다시 정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퇴임하면서 공석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 연임을 예측 못하고 후임 총재의 인사권 보장 차원에서 자리를 비워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은 청와대 보고절차도 거쳐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현진 금융노조 서울외국환중개 지부장은 “최소한의 검증절차도 없이 한은 출신 사장이 줄줄이 내려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회사 쪽이 거부했다. 앞으로 1인시위와 출근저지 투쟁 등에 나서며 낙하산 인사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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