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참석했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야당의 사퇴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금감원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금융검찰 격인 금감원 수장으로서의 영이 설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탓이다.
김 원장을 바라보는 금감원 내부의 시선은 지난 2일 취임 당시에 견줘 크게 달라졌다. 금감원의 임원들은 취임 직전 김 원장에게 업무보고를 다녀온 직후만 해도 “(금융 비전문가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감독 행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고, 적극적인 토론까지 유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통상 과거 원장들은 업무보고 때 보고 내용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는데, 김 원장은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도 여권 실세이자 강한 추진력을 가진 김 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전임 원장이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낙마하면서 실추된 조직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서도 종전보다 금감원에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취임 뒤 불거진 외유성 출장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데다 야당이 사퇴 요구는 물론이고 검찰 고발까지 나서면서 금감원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선 “또 낙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새 각오를 다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에선 김 원장의 최근 행보가 사퇴 요구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온다. 김 원장은 지난 10일 오후 3시 주식거래 시스템 점검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찾았다. 최근 발생한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사고와 관련한 현장 점검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으나, 정작 이 회사는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증권사였다. 이날은 김 원장이 오전 라디오 방송 출연부터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 등 광폭 행보를 보이며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낸 날이었다. 한국투자증권 방문도 갑작스레 잡히면서, 전후 사정을 미처 살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도 논란이다. 지난 9일 신한금융 고위 임원 자녀 다수가 그룹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언론의 의혹 보도가 나오자, 김 원장은 바로 다음날 공개적으로 신한금융에 대한 검사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금감원은 채용비리 관련 신한은행 검사를 마친 지 한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고, 새로운 비위 정보가 접수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의혹이 커져서 적극적인 조처를 내린 것이라기보다는 본인을 둘러싼 구설수에서 벗어나려고 감독권을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금감원 내부로부터 나온 배경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금융당국 간부는 “금감원장이 정치판 한가운데 선 탓에 말 꺼내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문제는 김 원장이 앞으로 직을 유지하더라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금융회사들에 대해 영이 설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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