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12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3%로 유지했으나, 고용과 물가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종전 예상보다 더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1.5%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이날 ‘2018년 경제전망(수정)’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1월에 낸 전망치(각각 3%·2.9%)와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세계경제 성장세 지속으로 수출 및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이나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 등은 이번 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한은은 고용과 물가, 경상수지 등 부문별 전망치는 1월과 다르게 내놨다. 고용률은 동일하게 61%로 전망했으나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30만명(1월 전망)에서 26만명으로 줄었다. 상반기는 7만명, 하반기는 3만명 정도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취업자 증가폭(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2분기 36만7천명에서 3분기 27만9천명, 4분기 26만5천명, 올해 1분기 18만3천명으로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고용 부진과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 지연, 일부 산업 구조조정 등 일시적 요인에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상대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제조업 위주 성장 등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용이 부진하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단기적 영향 외에 중장기적으로도 잠재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도 종전 1.7%(1월 전망치)에서 1.6%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축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가격 상승폭 둔화, 일부 공공요금 동결이나 하락 등이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내년 물가 전망은 2.0%로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1분기 실적이 당초 봤던 것보다 낮은 것을 반영한 것이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장래 물가, 예를 들어 1년 후 물가를 더 우선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고 상승 속도도 빠르지 않겠지만 차차 내수 회복 등 영향을 받아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7명 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과 미약한 국내 경제 회복세가 첫손에 꼽힌다. 통화정책 향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물가가 안정세를 지속한 점도 동결 배경이 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 2월 1.4%, 3월 1.3%로 한은의 물가상승률 전망치(상반기 1.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다 이날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으로 보면, 올해 고용 부진과 저물가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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