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북한제재가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시장 활동과 가족 단위 영리추구 등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경제제재 해제를 넘어 북한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중국내 북한식당 ‘유경’. <한겨레> 자료사진
핵개발에 따른 경제봉쇄 조치가 되레 북한경제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서방의 목표는 핵개발 중단과 그에 따른 경제제재의 해제를 넘어 북한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9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최근 해외경제 동향’에서는 북한문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교수가 전미북한위원회(NCNK)에 제출한 ‘북한의 족쇄 경제’(North Korea’s Shackled Economy)란 특별 보고서를 소개했다. 논문에서 브라운 교수는 “북한경제는 여전히 취약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점증하는 압력에 직면하면서 그 구조가 변하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몇년 강화된 유엔 제재로 국가 통제가 약화함에 따라 시장(경제) 활동과 개인이나 가족 단위 영리추구가 확산하면서 경제가 분산화되고 좀더 생산적이 됐다”고 밝혔다. 배급 쿠폰이 돈으로 대체되면서 중앙계획경제 체제가 약화하고, 대외 무역과 원조가 줄어들면서 되레 국가나 지역 단위 자립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국영경제는 쇠퇴하지 않았고, 정부·국영기업·집단농장이 거의 모든 자본과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광범한 규제와 경찰력을 바탕으로 국민을 수탈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북한이 가난하고 경제가 어려운 것은 국제사회 제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무역체제에 편입되지 않아 북한 수출품에 자동으로 높은 관세가 매겨지고 그에 따라 북한 수출품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토지소유권 인정과 정부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인프라 투자재원 마련 △대내외 단일통화체계 구축 △시장임금 수준을 반영한 국가 공식임금체계 도입 △개인 경작범위 확대 및 농지거래 허용과 공업 부문에서의 노동력 공급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핵프로그램 철폐를 요구하는 국제제재의 종식은 북한의 국제경제로의 재통합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 자체로는 북한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충분하지는 않다”며 “북한경제가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17년 전에 그랬듯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제재 완화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연계시켜 가입을 독려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 가입이야말로 모든 면에서 승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국가정보조정관 선임보좌관 출신으로 국무부 대북지원 감시단 등으로 활동한 바 있는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북한문제 전문가 가운데 한명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