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구조조정에 투입되는 금융지원과 용처의 윤곽이 드러난 데 이어, 조만간 최종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요청한 외국인투자기업 지정 여부 등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지원 협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고용유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보면 의구심이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비용 임금구조 재편 수준이나 지엠의 투자 의지 등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철수 시한폭탄’의 시곗바늘이 아예 멈춘 게 아니란 얘기다.
1일 정부와 케이디비(KDB)산업은행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한국지엠에 신규자금(뉴머니)으로 투입할 43억5천만달러의 용처는 시설자금,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비용, 향후 흑자 전환 시까지 영업손실 보전 비용 등으로 가닥이 잡혔다. 미 지엠은 신규자금 36억달러를 부담한다. 여기서 출자전환부 대출 8억달러는 군산공장 등 직원 희망퇴직 비용으로, 회전대출 1억달러는 당분간 지속될 영업손실을 메우는 비용으로 쓰는 것으로 합의됐다. 또 순수 대출로 투입될 27억달러 중 20억달러는 시설자금으로, 7억달러는 운영자금으로 배정된다. 앞서 지엠 차입금 금리는 4~5%였는데, 향후 금리는 3.46%로 낮춰졌다. 이는 ‘콜금리+알파’ 변동금리로 책정된 것이다. 미 지엠은 한국지엠이 흑자로 돌아서기 전에 차입금 상환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산은이 투입할 7억5천만달러는 출자로 들어가지만 전액 시설자금 용도로만 지출하기로 했다. 이 돈은 미 지엠의 출자전환부 대출 8억달러가 출자로 바뀌는 시점에 함께 집행된다. 한국지엠 구조조정 협상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 관계자는 “신규자금 용처도 미 지엠이 추가 구조조정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지엠 대출금리도 마진을 최소화했다. 산은 투자규모가 애초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1인당 인건비만 1억원씩 되는 일자리만 1만개가 훌쩍 넘는데다 부품 협력업체 생태계 보전 문제도 있어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은 2013년 이후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으로부터 8조원대 돈을 지원받고도 고용규모가 1천명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 지엠의 철수 압박은 어떤 식으로든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생산·조립 기지로는 가성비가 떨어지고 연구·개발 기지로는 가성비가 좀 더 높은 장단점이 있다. 이번 국면에서도 생산 고비용 구조는 해소되지 않았고 미래가치가 높은 전기차 배정도 얻어내지 못했다. 현재 신차 2종 배정으론 수출물량 의존도만 더 커질 것이다. 일부 고연령대 근로자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현 정부 임기가 다할 기간까지 문제를 잠재운 측면은 있지만 철수 시한폭탄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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