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만해도 연간 78조원 수준에 이르던 10만원권 자기앞수표 결제액이 지난해엔 겨우 10조원을 웃도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2~3년 뒤엔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09년 연간 77조5천억원에 달했던 10만원권 자기앞수표 결제액은 2015년 18조1천억원, 2016년 13조8천억원, 2017년 10조4천억원으로 감소했다. 하루 평균 결제액 기준으로도 3070억원에서 430억원까지 줄었다. 반면에 5만원권 지폐는 처음 나온 2009년 발행·유통 규모가 9조9천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엔 86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은 남택정 결제안정팀장은 “(금융 거래가) 장표(종이) 방식에서 전자 방식으로 대체되는 흐름인데다, 5만원권 발행까지 겹치면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사용이 해마다 줄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0년께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돼,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권 자기앞수표와 사용자가 원하는 금액으로 발행되는 비정액권 자기앞수표도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10만원권 자기앞수표에 견주면 감소 속도는 완만하다. 10만원권을 제외한 정액권 수표 하루 평균 사용규모는 2007년 57만건(555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2017년에는 15만건(146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비정액권 수표의 하루 평균 사용규모는 2006년 13만건(3조8천억원)에서 2017년엔 6만건(1조7천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약 10년 사이 고액권 수표는 4분의 1 수준으로, 비정액권 수표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종이 수표의 쓰임새가 줄기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법제화를 통해 종이 수표를 없애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식과 채권은 더이상 종이로 발행되지 않고 있지만, 종이 수표는 아직 널리 쓰이고 있어 법제화를 통한 퇴출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남 팀장은 “약속어음·환어음·가계수표·당좌수표도 사용이 줄고 있지만 지난해 하루 평균 결제액이 14조5천억원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아직은 (금융 거래에서) 장표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어 법제화를 통한 폐지는 후유증이 큰 만큼 (당국이) 다른 제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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