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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삼성증권 시스템, 가장 기본적인 것도 안돼 있었다”

등록 2018-05-08 18:49수정 2018-05-08 20:36

금감원 발표로 본 ‘부실 요지경’

발행주식 30배 넘게 입고해도
자동 입력거부 장치 없고
한 계좌서 주식 나가기 전에
다른 계좌로 주식 입고 가능
사내방송·비상연락망 아예 미비
사고나도 메신저만 만지작
위조주식 들고와도 검증절차 없고
전산 수의계약 ‘일감 몰아주기’ 의심
원승연 부원장 “엄중 조처 할 것”
금융가, 일부 영업정지 전망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와 관련해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와 관련해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매도 사건으로 기록된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등이 누적된 결과라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의 단순 실수를 넘어 회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사고를 불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징계가 뒤따를 전망이다.

8일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삼성증권 배당사고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달 6일 우리사주조합원에 현금으로 줘야할 배당을 주식으로 주는 ‘배당사고’를 저질렀다. 당시 잘못 입고된 배당주식을 임직원 16명이 팔아 삼성증권 주가가 폭락하며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는 금융사고로 이어졌다.

금감원 검사로 드러난 삼성증권의 시스템 부실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상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동일한 화면에서 처리되도록 구성돼 있었다. 또 발행주식총수(약 8900만주)의 30배가 넘는 유령주식(약 28억주)이 입고됐는데도 자동적으로 오류 검증이 이뤄지거나 입력이 거부되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우리사주 배당업무를 맡은 실무자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었던데다, 이를 걸러낼 수도 없었다는 뜻이다.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특히 조합원(임직원) 계좌로 입금·입고 처리 된 후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되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었다. 주식 또는 현금이 주머니에서 나가기도 전에 다른 이에게 먼저 주식이나 현금이 들어오는 것처럼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었다는 뜻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가장 기본적인 입고·입금 시스템 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았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시스템이 거꾸로 설계된 이유에 대해 ’업무상 편의’ 때문이었다고 금감원에 진술했다.

사고 수습 처리 시스템도 부실했다. 사내 방송시설과 비상연락망 자체를 갖추고 있지 않았던 터라 배당 사고 발생 이후 전체 임직원에 신속한 사고 내용 전파나 매도 금지 요청이 이뤄지지 못했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삼성증권이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에 입주해 있는 터라 삼성증권 자체의 방송망이 없었다. 메신저 등으로 매도 자제 요청을 공지했으나 이를 인지하지 못한 직원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승연 부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에는 우발상황에 대한 위험관리 비상계획을 수립토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삼성증권은 이에 대한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주식거래 시스템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고객이 실물주식(주식증서)을 가져올 때 해당 증서가 위조된 주식인지 검증하는 절차가 삼성증권엔 마련돼 있지 않았다. 정상적인 절차는 실물 입고된 주식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의 확인을 받은 뒤에 고객이 해당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전 국장은 “2013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조사한 결과 실물입고된 9478건 중 예탁원의 확인 절차를 밟지 않고 입고당일 매도된 건수는 모두 118건에 이른다”며 “다만 위조주식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삼성증권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를 삼성에스디에스(SDS)와 맺었으며, 해당 계약의 91%가 수의계약 형태란 사실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날 삼성증권 등에 대한 징계 수위는 “검토 중”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 안팎에선 일부 영업정지 등 고강도 중징계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많다. 기관에 대한 징계는 그 수준에 따라 면허 취소, 영업정지, 기관경고, 기관주의 순으로 나뉜다. 원승연 부원장은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에 대해선 엄중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그 결과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 등의 절차를 밟아 결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에스디에스와의 위탁계약 건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혐의 내용을 전달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부실한 시스템을 사전에 발견해내지 못한 점은 (당국자로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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