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유가증권)와 코스닥 합쳐 330개 넘는 기업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 늘었지만,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4.6% 감소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은 시장에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하나는 반도체에 대한 편중 현상이 너무 심해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영업이익 합계가 20조원이다. 이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의 영업이익 합계는 23조7천억원이다.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 중 반도체 회사가 전체 이익의 46%를 차지했는데, 매출액 비중 20%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보니 업종 경기가 꺾일 경우 주식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이익이 줄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4분기에 이익이 줄어든 경우가 있었다. 일회성 비용이 들쭉날쭉해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경우 외에는 2014년 3분기 이후 영업이익이 줄어든 적이 없다. 이번이 첫 번째 사례에 해당하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이익 증가의 정점이 지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1 분기에 국내외 경제가 나쁘지 않았다. 미국의 실업률이 3.9%까지 하락해 임금 상승을 통해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우리 수출증가율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에 따른 부담이 일부 있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익이 줄었다는 것은 우리 기업의 이익 구조가 악화됐다는 뜻이다. 2011년에서 2014년까지 이익 감소가 계속되자 상장기업들이 이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비용 절감과 국제 경쟁력 강화가 그것인데 선진국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지난 3년간 이익을 늘리는 요인이 됐었다. 1분기에 이익이 줄어 이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한달 전부터 주식시장에서는 1분기 실적을 동력으로 주가가 상승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이제 바램을 채우기 힘들어졌다. 4월에 주가가 다른 나라보다 괜찮았지만 이는 남북관계 개선이란 재료 때문이지 실적 때문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문제다. 실적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상승 동력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 1월 말에 기록했던 2600선이 지수 상단이 되지 싶다.
투자 종목 변화도 불가피하다. 1분기에 매출액 증가율이 높지 않았지만 매출이 늘어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의 주가는 다르게 움직였다. 건설을 포함한 산업재와 화학, 철강 등 소재부문이 매출이 늘어난 쪽에 속했는데 지난 몇 주간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런 흐름은 좀 더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바이오, 경협 관련주에 이어 이들이 세 번째 상승 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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