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고의적 회계 분식’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8일 “공동투자자인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미리 예정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의사를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분식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의 첫 심의가 끝난 지 4시간 만에 이런 사실을 공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오전 7시께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 행사 의사를 표명하는 편지를 지난 17일 오전에 받았다’고 공시했다. 편지에는 ‘콜옵션 행사 기한인 내달 29일까지 주식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를 하자’라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오젠은 지난 4월 열린 1분기(1~3월) 실적 컨퍼런스콜 때 콜옵션 행사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콜옵션 행사 뜻을 밝힌 이후 다양한 억측이 많이 나와 바이오젠에 문의를 했다. 이번 편지는 문의에 대한 답신”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2012년 공동출자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이 때 2018년 6월 말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49%-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바이오젠이 갖기로 두 회사는 합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사실을 ‘2014년 감사보고서’에 처음 담았다.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의 94.6%를 갖고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모두 사용하면, 두 회사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이 엇비슷해진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공시는 현재 진행중인 감리위원회의 심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크게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하반기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취득가에서 시장가로 바꿨다고 주장해왔다. 금융감독원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뚜렷한 근거가 없다며,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에 ‘고의적 회계 분식’이라는 감리 잠정 결론을 통보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감리위원회 심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쟁점은 2015년 당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꿀 정도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았는지 여부인 탓이다. 현재 콜옵션 행사가 2015년 당시 행사 가능성이 높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감리위는 금감원의 잠정결론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17일 첫 회의를 연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분식 의혹을 제기해왔던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격은 매우 낮은 데 반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삼성 주장대로라면 매우 빠르게 뛰어올랐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오히려 설립 당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장부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가액을 넣는 게 옳았다”고 말했다. 홍 회계사는 “만약 그렇게 회계처리를 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께 자본잠식에 빠져 그 해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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