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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법인카드 술자리는 근무시간?…금융권은 ‘주 52시간’ 고심중

등록 2018-05-29 17:15수정 2018-05-30 06:32

은행권 최근 52시간 시행대비 실태조사 마쳐
30일 노사 대표 산별교섭서 결과 보고 예정
은행·증권·금융사 등 내년 7월 이후로 시행 1년유예
정부는 “조기시행”…기은·산은·우리·농협 등 잰걸음
<한겨레> 자료 이미지
<한겨레> 자료 이미지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접대 술자리 등은 모두 근무시간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회삿일이 아니라면 개인카드를 쓰게 해야지, 왜 법인카드를 쓰게 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만하니까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제대로 지키려고 하면 실무적으로 검토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 은행 팀장급 간부)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첫발을 떼면서 내년 7월 이후로 시행이 유예된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권도 제도 조기 도입과 근무시간 유권해석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달아오르고 있다. 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 등 사쪽 대표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5월 중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한 은행별 실태조사를 마치는 등 시행 논의 ‘워밍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조기 도입을 은행권에 당부하는데다, 전국금융산업노조도 산별교섭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공식 의제로 제기하는 등 안팎에서 압력이 작용한 결과다.

29일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차원에서 은행들에 지난 8일 공문을 내려보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관련 실태조사를 시행했다”면서 “365일 영업하는 인천공항 지점이나, 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야근이 많은 은행 아이티 직군 등 주 52시간 적용이 쉽지 않은 분야 현황이 어떤지, 기존에 시행하는 유연근무제 등의 실태는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공통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은행 간 (향후 대응에서) 서로 보조를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30일 은행 등 금융권 노사 대표들이 만나는 산별교섭에선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지만,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권은 내년 7월 이후 시행으로 1년간 유예 기간을 받았다. 하지만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제도 조기 도입을 부탁하는 등 정부의 독려 목소리가 커지면서 은행권의 도입 채비도 빨라지고 있다.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려서 올해 하반기 가장 발 빠르게 조기시행에 들어갈 예정이고, 케이디비(KDB)산업은행도 조기시행까진 아니지만 하반기 시범운영 방침을 정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1일 주 52시간 근무제 대비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연내 조기 도입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체로 정부 영향력이 큰 국책은행과 특수은행 등이 먼저 첫발을 떼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과로사 아웃’ 집회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과로사 아웃’ 집회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사실 은행권에선 주 52시간 근무제는 특수직군과 특수영업점을 빼면 ‘법 준수를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주 68시간 근무제에서도 주중 5일간 연장근로는 근로자 대표와 따로 합의하지 않을 경우 12시간이 법정 한도여서 주말 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주 52시간 체제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앞서 은행권은 연장근무 신청을 주당 12시간 이상 못 올리는 전산 시스템을 대부분 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당 12시간 이상 ‘연장근무 제한’이 주당 12시간 이상 ‘연장근무 수당 신청 제한’으로 변질하는 현실이 흔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최근 1~2년 새 피시오프제, 유연근무제, 시차출퇴근제 등 정시 출퇴근 장려와 장시간 연장근로 방지장치도 제도적으론 상당수 갖춰둔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지점장이나 부서장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인식과 조직문화 변화를 본점이 정책적으로 강제해야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착할 수 있다. 예컨대 정시퇴근을 장려하는 피시오프제 시행에 들어가니까 부서장이 근무시간 중엔 다른 업무지시를 하고 피시를 켤 필요 없는 회의를 피시오프 시간 이후 하는 사례도 보았다”고 전했다.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가 연장근무 수당만 삭제된 ‘공짜노동’으로 변질하지 않으려면 업무과정 전반과 일상적 조직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영업·홍보 등 대외 직군의 접대성 저녁 식사·술자리의 근무해석에 대한 노사 합의, 업무가 끝나는 저녁 6시가 아니라 저녁 7~8시로 늘어져 있는 피시오프제 운영 문제, 오전 7시30분 출근 등이 당연시되는 증권사 등 금융계의 아침 공짜노동 등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편 증권·보험·카드사 노조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는 금융보험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내년 7월로 1년간 유예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보험업종은 운수·보건업종 등과 마찬가지로 근로자 대표와 합의가 있을 경우 연장근로 제한 등을 완화해주는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일반 사업장과 같은 지위로 돌아섰다. 그 때문에 시행 유예가 부여된 것이다. 하지만 사무금융노조는 증권·보험·카드사 대부분은 다른 특례업종과 달리 일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운영됐던 까닭에 시행 유예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무금융노조 법률원 신은정 노무사는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이 금융보험업을 1년 유예 사업장으로 포괄적으로 언급했는데, 근무형태가 특례업종처럼 운영되지 않았던 증권·보험·카드사가 여기에 들어가는 게 맞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1일 법제처 등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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