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6년 사이 두배가량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주로 55살 이상 노년층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연체가 발생하면 연체액 증가 규모가 다른 연령층보다 크고 연체 기간도 긴 것으로 나타나 당국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연구원·한미경제학회·한미재무학회 공동 주최 ‘가계부채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동적 특성 : 그룹별 대출 및 연체 추세에 대한 미시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박 연구위원은 2008~2016년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의 데이터를 이용해 차주의 연령, 직업(종사상 지위), 신용등급, 계좌수 별 특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기간에 대출 잔액에서 35~44살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33%에서 29%로 하락했지만 55살 이상의 비율은 22%에서 30%로 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전체 대출 잔액은 87% 늘었는데, 30~34살과 35~39살의 증가율은 각각 43%, 52% 증가에 머물렀다. 반면에 55살 이상 고령층은 모두 100% 이상 증가했고, 55~59살 차주는 174%, 75살 이상 차주는 187%나 늘었다. 노령층이 대출 증가를 주도한 셈이다.
연체 잔액은 2008년 1분기 600억원가량이었는데, 2013년 1분기(1200억원가량)에 두배까지 늘었다가 2016년 4분기에는 2008년의 70% 수준(400억원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연체액이 증가한 2008~13년 55~59살 차주의 연체 잔액은 2.6배 증가했고, 60~64살 차주 연체액도 2배가량 늘었다. 반면 40대 차주의 연체액 증가율은 50%에 못미쳤고, 35~39살 차주의 연체액은 되레 감소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35~54살의 2016년 연체액은 2008년에 비해 50~70% 수준까지 줄었는데, 60~64살의 감소율은 27%에 그쳤고 55~59살은 연체액이 되레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위원은 “종합해보면, 연체액 증가 시기에는 55살 이상 고연령 차주가 연체액을 크게 상승시켰고, 이후 연체액 감소시기에는 이들의 연체액 감소 속도는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취약한 고령층의 경우 연체 증가 후 빠른 회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55살 이상 고령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택자산을 유동화하게 되는데 최근 이 그룹의 주택 수요가 과거보다, 또 다른 연령층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것은 향후 이 계층의 주택자산 유동화 과정이 특정시점에 집중될 경우 주택시장에 부담될 뿐 아니라, 고령층 그룹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관련해 소득흐름 기준에 현재 상황 뿐 아니라 차주의 미래 소득을 반영하는 생애주기 관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주의 미래 소득을 반영한 규제가 이뤄진다면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고령층의 수요를 억제하고, 젊은 실수요 계층에게 대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