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천송이 코트’ 직구 열풍으로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의 도화선 된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7월부터 블록체인 기반 은행공동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이 나온다는데… 그러면 인터넷뱅킹을 할 때 공인인증서는 못 쓰게 되나요?”
은행연합회는 10일 뱅크사인 7월 출시 일정을 발표하고, 기존 공인인증서와 관련된 궁금증들에 답했다.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기존 공인인증서를 쓰고 싶은 사람은 그대로 쓸 수 있고, 뱅크사인을 쓰고 싶은 사람은 공인인증서를 안 써도 된다”이다.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며 중국인들의 직구 열풍을 몰고 왔던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 `천송이 코트‘ . 이 일은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의 도화선 됐다. 화면 갈무리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논란은 2014년 초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로 중국인들이 주인공 천송이가 입은 코트를 ‘직구’ 하려고 했다가 국내 공인인증서 시스템 탓에 포기했다는 얘기가 논란이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5년 3월 전자금융감독 규정을 고쳐서 인터넷뱅킹이나 쇼핑을 할 때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할 의무를 없앴다. 하지만 공인인증서는 전자서명법상 다른 사설 인증서에 견줘 ‘우월한 지위’를 지니고 있어서 은행권 등에서 여전히 대체 서비스를 채택하지 않는 경향이 컸다. 금융소비자들은 지난해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고 나서야 공인인증서를 아예 없애고 고객 편의성을 더 높인 사설 인증서비스를 제도권 금융에서 제대로 체험하게 됐다.
이에 은행연합회도 지난해 11월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은행공동인증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이어서 정부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지난 3월에 입법예고해 기존 공인인증서의 ‘우월적 지위’를 없애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의 취지는 기존 공인인증서에 대해 ‘공인’의 개념을 없애서 서로 다른 사설인증서들이 공평하게 시장 경쟁을 함으로써 전사서명산업이 현행보다 발전하는 체제를 만들려는 것이다. 하반기 안에 법 개정이 완료되면 ‘공인’인증서 제도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공인인증서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우월적 지위만 잃어버릴 뿐 여러 인증서 중의 하나로 계속 활용될 수 있다.
은행공동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스마트폰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첫번째 인증절차는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다. 외부접근이 불가능한 스마트폰의 안전영역에 전자서명생성정보(개인키)를 저장해 해킹 등에 의한 복제와 탈취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피시(PC)는 이러한 안전 저장공간이 없어 해킹 등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피시 인터넷뱅킹에서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피시 인터넷뱅킹 화면에서 스마트폰 번호를 입력한 뒤 뱅크사인으로 로그인을 선택하고 스마트폰 뱅크사인 앱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피시 인터넷뱅킹에도 로그인할 수 있다. 뱅크사인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현행 공인인증서가 1년 단위 갱신을 해야 하는 것에 견주면 좀더 편리하다. 은행연합회 쪽은 “뱅크사인이 은행권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유관기관 등으로 이용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전자서명법이 개정되고 나면 정부나 공공부문에서도 공인인증서 외 인증수단 이용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