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공연 준비를 위해 방한한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온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단장은 평창겨울올림픽 때 북한 공연단을 이끌었고, 남북 정상회담 때는 만찬장에서 조용필씨와 함께 노래를 불러 남쪽에도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북-미 정상 외교가 순항할 경우 두 나라 간 문화교류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북-미 정상회담 수행단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해 버스에 탄 모습이 포착된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 <연합뉴스>
현 단장은 10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북한 수행단 버스에 탄 모습이 포착됐다. 비핵화가 주요 의제인 이번 정상회담에 그가 모습을 보인 것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과 북한이 스포츠와 문화 교류로 관계의 폭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0일 미국 관리와 소식통들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때 압박뿐만 아니라 감명을 주는 전략을 동시에 사용할 것”이라며 ‘맥도널드와 음악인들’을 열쇳말로 제시했다. 미국 외교팀이 패스트푸드 업체로 미국 문화의 상징인 맥도널드 같은 상징적 사업을 북한에 진출시키거나 문화 교류를 위해 체육인과 음악인 명단을 추리는 것을 논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정상회담에 관여하는 미국 담당자들은 공식적인 외교 이외에 북한과 교류할 방법들을 모색해왔다”면서 “트럼프 외교팀이 북한 운동선수들과 평양 관현악단을 미국에 초대할 가능성을 포함해 문화 교류를 위한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런 구상은 1970년대에 미국과 중국이 냉전을 깨기 위해 시도한 ‘핑퐁외교’에서 단서를 얻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1971년 미국 탁구 선수들의 중국 방문으로 해빙 무드를 조성했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중국을 방문하며 역사적 데탕트를 시작했다.
이을 고려할 때 현 단장의 싱가포르 동행이 북-미 문화 교류를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미국 쪽이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면 상대인 북한 쪽도 이를 협의할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단장이 두 나라 정상 간 만찬이나 오찬이 이뤄질 경우 짧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현 단장은 지난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무대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었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현 단장의 공연이 윤활유 구실을 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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