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저성장으로 인한 저금리 기조가 고착되면서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여 이를 외국에 투자하는 과거 일본식 경제로 변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자금 유출입은 단순 금리차보다 금리차에 환율 변동 기대율을 고려한 기대투자수익률에 좌우되며, 역전된 내외금리차 걱정보다 성장률 제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10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확대 및 외국인자금 유출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내어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는 1995~2017년 사이 미국보다 자국 금리가 낮아지는 ‘내외 정책금리 역전’ 국제사례들을 분석했다. 우선 유로존과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은 분석 대상 기간의 절반 정도는 미국보다 금리가 낮았다. 내외금리 역전이 드문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자료 입수가 가능했던) 나머지 76개국 가운데 금리역전을 경험한 나라는 26개국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서도 금리역전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소규모 도시국가 등을 제외하면 내외 금리역전은 14개국 26차례에 불과했다. 신흥국들은 미국보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고, 그에 따라 금리 수준도 더 높은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금리역전은 흔치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
금리역전 사례들은 1999~2001년, 2004~2007년, 2015~현재 등 미국 정책금리 인상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자금이 유출된 경우는 두차례에 불과했다. 신흥국에서도 미국보다 금리가 낮다고 반드시 외국인자금 유출이 유발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자금 종류별로는 차입자금(loan)이 9차례 유출돼 주식(6차례)이나 채권(4차례)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규모의 주식자금과 차입자금이 유출됐던 사례는 모두 한국이었다. 1999년 6월~2001년 3월 첫번째 정책금리 역전 때 차입자금 173억달러가 유출됐고, 2005년 8월~2007년 8월 두번째 금리역전 때는 주식자금 231억달러가 유출됐다. 조 연구위원은 “두차례 금리역전 기간이 각각 22개월, 24개월로 전체 평균 34개월보다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유출됐다”며 “두차례 모두 전체 외국인자금 합계로는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금융시장 개방 확대로 외국자본 유출입이 더욱 용이해진 만큼 단기간에 외국인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는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외국인자금 유출입은 단순 금리차보다 환율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내외 정책금리 격차에 기대 환율변화율까지 감안한 기대투자수익률과 외국인자금 유출입액 사이 상관계수는 0.5에 달할 정도였다. 조 연구위원은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더라도 반드시 외국인자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며, 원화가치 상승(원화 절상)에 대한 기대가 형성될 경우 외국인자금 유출이 억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수출로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면 원화 강세로 이어지는데, 그럴 것이란 기대가 외국인자금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이후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는 1.5%인데, 미국이 3월 정책금리(1.5~1.75%)를 인상하면서 내외금리차가 역전됐고, 미국이 6월 추가로 인상(1.75~2%)하면서 내외 금리격차는 0.5%p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외국인자본은 원화가 강세를 보였던 5월까지 유입세를 유지하다가, 원화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6월부터 유출로 돌아서 주가도 큰폭으로 하락했다.
조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는 미국에 못미칠 가능성이 커 현재 0.5%p인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내년 1~1.5%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미국의 경기 호조세가 지속하고 우리 경제 성장세가 높아지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은 더욱 확대되는 게 불가피하다. 이 경우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으로서도 해외 차입 수요는 줄고 해외 투자 메리트는 높아져 해외로의 자금유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리와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금융자산 투자 및 대출 등 형태로 해외에 투자하는 과거 일본 경제와 비슷하게 변해갈 것이란 얘기다.
그는 “최근의 한미 금리역전 현상을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원인이라기보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 하락 및 한미간 성장세 역전의 결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정책금리 역전 폭이 너무 확대되지 않도록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맞춰 기계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기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 및 경기 흐름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현상 자체의 해소보다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의 근본적 원인인 우리 경제의 부진한 성장세 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정책금리 역전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해소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하를 단행할 정도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세계경제는 크게 어려워진다”며 “이 경우 설령 내외 금리역전 현상은 해소되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인한 충격리스크는 도리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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