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왼쪽 아홉째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0%’를 내건 ‘서울페이’와 정부가 도입할 예정인 ‘제로페이’ 등 간편결제 수단의 성패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국내 민간소비에서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제로페이의 확산은 신용카드를 견제할 만한 유인책을 얼마나 마련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페이 결제 방식을 보면, 스마트폰으로 상점의 정보무늬(QR코드)를 인식해 구매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물건이나 서비스값이 이체되는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현재 2.5%인 카드 수수료율 상한은 8월부터 낮아져도 2.3%인 것과 견주면, 수수료 0%는 파격적이다. 간편결제 플랫폼과 계좌이체 수수료 비용은 각각 플랫폼 사업자들과 은행이 무료로 협조하기로 하면서 가능해졌다.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당장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정부와 협조해 간편결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고, 시중은행의 경우 입출금 고객 등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수수료 문제는 업계의 이익과 맞아 해결됐지만, 관건은 소비자들의 편의와 혜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제로페이식 결제 방식은 체크카드와 크게 기능이 다르지 않다. 계좌에 잔고가 있어야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페이의) 소득공제율이 일반 신용카드를 쓰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법을 개정해 ‘소득공제 40%’ 혜택을 주면 소비행태도 바뀔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한달에 한번씩 결제대금을 치르며 외상 구매와 할부에 익숙한 신용카드 이용자들이 ‘소득공제 40%’라는 유인 하나로 제로페이로 옮겨가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현금영수증과 체크카드 소득공제 비율(30%)은 신용카드 공제 비율(15%)보다 높지만, 한국기업평가가 분석한 2016년 기준 체크카드 결제 비중은 여전히 전체의 18.9%에 그친다. 신용카드 비중은 69.3%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날 “결국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많이 써줘야 한다”며 “신용카드는 여신·신용 기능이 있는데, 제로페이도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의 막강한 부가서비스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도 제로페이의 과제다. 단적으로 서울시가 서울페이 도입을 발표한 이날, 현대카드는 자사 포인트를 이용해 결제하면 8월 말까지 미스터피자의 모든 메뉴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을 뛰어넘을 수준으로 제로페이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수수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견줄 만한 추가 혜택을 도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띄는 제로페이 유인책은 소득공제 40% 외에는 미미한 편이다.
결국 제로페이는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것보다 체크카드나 현금 결제 시장을 일부 나눠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 낮다. 결국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카드 결제 규모가 줄어들지 않으면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제로페이의 취지를 달성할 만큼 시장을 키우기 힘들 수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범부처가 달려들어야 하고 금융위원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도 각종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제로페이에 더 많은 혜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부담 경감’이라는 단기적 해결책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신용카드 결제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큰 지급결제시장을 바로잡는 더 큰 정책 목표를 삼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업계는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받으면서 고객들한테 포인트와 캐시백을 돌려주고 물건값을 깎아주는 시장 구조”라며 “카드 의무수납제(모든 가맹점이 카드를 받아야 하는 규정)를 폐지해 가맹점의 카드사에 대한 수수료 협상력을 높이고, 현금과 카드를 사실상 가격차별하는 행태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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