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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산분리 길 잃은 여당…‘재벌은행 금지’ 후퇴논의 위험수위

등록 2018-09-03 05:00수정 2018-09-03 10:08

국회 논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산업자본 은행지분 더 늘리고
소유 분산 깨 ‘특정 주인’ 등장
대주주 대출 부당개입 등 차단 의구심

민주당, 야당과 협상에서 밀리자
‘재벌은행 금지’ 조항도 후퇴 조짐
법률 아닌 시행령에 삽입 검토
경실련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경실련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둘러싼 국회 논의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8월 국회 통과는 불발됐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재벌은행 금지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재벌은행 금지 시행령에 맡긴다?) 게다가 은산분리 완화는 ‘산업자본 금지’뿐 아니라 ‘소유 분산’을 전제로 짜인 국내 은행업 규제 틀을 이중으로 흔드는 의미가 있다. 부작용을 차단할 입법 논의 역시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은행업은 ‘주인 없는 산업’

2일 은행·은행지주회사 공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주요 시중은행의 지주회사인 케이비(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최대주주가 국민연금(9%대)이고 소액주주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초과보유 한도인 10%를 넘기는 대주주가 아예 없다. 지방은행의 지주회사인 비엔케이(BNK)금융, 디지비(DGB)금융, 제이비(JB)금융은 최대주주가 롯데, 삼성생명, 삼양사 등인데, 이들도 현행법상 초과보유 한도인 15%를 밑도는 6~11%대 지분율을 나타낸다. 나머지 지분은 외국계 투자자 몇몇을 빼고 대체로 소액주주들에게 분산돼 있다. 특수은행들은 정부나 농협·수협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엔 산업자본은 물론이고 금융자본조차도 10%(지방은행 1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민간 대주주’(한도초과 보유주주)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은행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이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의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하는 걸 원칙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10% 초과 대주주는 금융위원회의 자격 승인 심사와 주기적인 적격성 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이어 은산분리 조항을 두어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지방은행 15%) 초과해 보유하는 것을 추가로 차단한다.

결국 국내 은행 19곳 중에 10% 초과 대주주로 적격성 심사를 받는 대상은 인터넷은행과 외국계 은행 두곳(외국계 금융그룹 100% 소유)뿐이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이 대주주(13.79%)로 심사 대상이고, 카카오뱅크는 대주주(58%)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은행지주회사로서 ‘오너 부회장’(김남구)이 적격성 심사를 받는다. 한투지주는 재벌그룹 오너가 많은 제2금융권의 지주사였으나 인터넷은행 진출로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특수한 사례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은산분리 완화가 쏘는 ‘두개의 화살’ 의미는?

여야가 추진중인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산업자본 금지→허용’뿐 아니라 ‘소유 분산→주인의 등장’이란 중첩된 의미를 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국회에 출석해 “(정보기술 주력기업이) 1대 주주가 될 수 있어야 은산분리 완화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업에 ‘주인’이 등장한다는 것은, 정부가 엄격한 진입 인허가로 통제하는 과점시장에서의 이윤 기회를 ‘특정 주인’에게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대해 ‘25년 만에 새 은행이 나왔다’고 했을 만큼 ‘은행업 라이선스’는 희귀하다.

정부는 위기 때 민간은행에 외화 지급보증도 서고 공적자금도 투입한다. 평소에도 예금보험제도로 사회적 신뢰를 뒷받침한다. 이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특정 기업에 제공하는 것 자체로 특혜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오래도록 과점 체제인 은행권에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지만, 그 수단으로 산업자본이나 재벌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은행업에 주인이 등장할 경우 은행 의사결정에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을 차단할 장치 또한 마땅치 않다. 대주주가 은행 예금을 직접 사금고화하지 않더라도, 간접적 사익을 위해 부당한 대출 승인·거절 등 돈줄을 쥐락펴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의 논의는 ‘대주주 대출금지’ 등에 치중해왔는데, 소유-경영의 분리나 이해상충 차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대형 순천대 교수(경제학)는 “현행 은행법 규제 전반은 ‘주인이 없는 산업’을 전제로 두고 있어서, 주인을 허용할 경우 기존 은행법의 허점들이 많은데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여당이 협상에서 야당에 밀려 ‘재벌은행 금지’ 조항을 시행령에 두는 쪽으로 후퇴하는 것에 대해 조 교수는 “중요한 기준은 법률 본문에 두는 게 맞다. 시행령에 두는 것은 논란을 회피하려는 것일 뿐 법체계상 해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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