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1.5%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1.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7번째 ‘현상유지’ 결정이다.
금통위는 이주열 의장 주재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이처럼 결정했다. 최근 미국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으로 두 나라 사이 기준금리 격차가 0.75%포인트(상단 기준) 수준까지 확대돼 자본유출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시장 급등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금리인상 목소리가 커졌지만, 한은은 동결을 고수했다.
금통위는 회의 뒤 내놓은 결정문에서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기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수준(2%)에 이르지 못한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일차적인 금리인상 필요성이 떨어지고, 고용과 성장 등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자칫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경제상황 진단과 관련해서도 “지난 7월 전망경로를 다소 하회하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설비·건설 투자의 조정 지속과 고용 부진 등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이날 결정으로 올해 들어 7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이어갔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미국에서 올해 연말 추가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데, 한국이 현재 수준을 고수할 경우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시장인 미국보다 금리가 1%포인트나 낮다면 해외자본이 급속하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최근에도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따라서 금통위도 11월30일 열릴 예정인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 안팎은 물론 금융권에서는 인상론과 동결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런 속에서 결국 동결 결정이 내려진 데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여당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금리인상 필요성 거론한 게 반작용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두차례 회의 때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금통위원 등 금통위에도 매파(금리인상 찬성파)들이 있는데, 이들도 정부·여당이 치고 나온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금통위가 그대로 따르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금리 결정과 관련해 ‘척하면 척’이라고 발언해, 한은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