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장중 한때 2100선이 무너져 2098.88을 보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동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코스피는 어제보다 55.61 내린 2106.10에 마감했다.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속에 23일 코스피가 2%대 하락률을 보이며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코스닥도 3% 넘게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속에 전날보다 2.57%(55.51) 내린 2106.10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7년 3월10일(2097.35) 이후 19개월 만의 최저치다. 장중 한때에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온 2100선 밑으로 떨어져 2094.69까지 밀리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보유 중인 물량 중 일부(2.7%)를 처분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셀트리온(-8.19%)과 삼성바이오로직스(-6.60%) 등 바이오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1.15%), SK하이닉스(-1.29%), 현대차(-1.27%), 엘지화학(-2.52%), 에스케이텔레콤(-1.05%), 포스코(-2.06%)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218억원과 2422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코스피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640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미 바이오테크지수 급락(-1.4%) 소식 여파로 외국인이 제약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도에 나서면서 전날보다 3.38%(25.15포인트) 하락한 719.00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은 11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113억, 10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 증시 급락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공포심리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 급락에 대한 견해’ 보고서에서 “글로벌 군사적 긴장감과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관련 강경 발언에 따른 무역전쟁 공포감의 극대화”가 원인이라고 짚었다. 실제 다음달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빅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겠다고 밝히고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소식이 들려오는 등 군사적 긴장감까지 고조되면서 신흥국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핵전력 증강 시사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됐다”며 “달러·엔·금·미국채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상승하는 것으로 볼 때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전날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회복했던 투자심리가 하룻 만에 위축되면서 일본·중국·타이완·홍콩 등 대부분 지역에서 2∼3%대 급락세를 나타냈다.
증시 급락의 여파로 원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2원 급등(원화가치 하락)한 1137.6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 11일(1144.4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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