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6.15 하락해 2027.15로 장을 마감하며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분주하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나흘 연속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최근 며칠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던 미국 증시가 반등했는데도 국내 증시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16%(3.27) 상승하며 거래를 시작했지만 바로 하락 전환해 1.75%(36.15) 급락한 2027.15로 거래를 마쳤다. 23일 이후 나흘째 연중 최저점 경신 행진을 이어갔고, 장중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 코앞인 2008.87까지 밀리기도 했다. 거래 주체별로는 외국인이 1779억원어치를 순매도해 7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034억원, 6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4.3%)과 의약품(-4%)이 내림세를 이끌었다.
코스닥은 하락 폭이 더 컸다. 3.46%(23.77)나 떨어진 663.07로 장을 마감했다. 나흘 새 8.9%나 빠지며 연중 최저점을 또 갈아치웠다. 외국인이 51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21억원, 4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 증시 불안 여파로 원-달러 환율도 3.9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141.9원에 거래를 마쳐 연중 최고점인 1142원(10월11일)에 육박했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는 1.6% 상승했고,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Stoxx)600지수도 0.5% 올랐다.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의 원인이었던 미국 증시가 반등했음에도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인 셈이다. 하인환 에스케이(SK)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실적 호조로 전날 미국 주가가 급등했지만, 매출액은 부진하다는 평가 등으로 시간외 거래에서 아마존은 7.4%, 알파벳은 3.95% 급락했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 급등에 따른 기대감이 아시아 증시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증시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은 아시아 주요 증시 중에서도 유독 내림 폭이 컸다. 일본(-0.4%), 중국(-0.19%), 대만(-0.33%) 등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었다. 하인환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가 오를 때 그만큼 오르지 못하고,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인·기관 모두 팔려고만 하는) 수급 요인 영향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증시 상황과 관련해 “외국인 자금 이탈에는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금리 상승, 국내 경기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외화와 원화 유동성, 금융회사 건전성 등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양호한 수준이지만 대외 환경 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관계기관과 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