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신청, 상담을 위해 방문한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금리가 0.25%포인트씩 오를 때마다 한계기업이 평균 320곳 늘어나고 위기에 처하는 고용규모도 2만명씩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현재보다 1%포인트 오를 경우 기업 1300곳과 고용 8만여명이 추가 타격을 받아, 한계기업 7800여곳에 속한 74만3천여명의 노동자가 고용위기에 처하게 된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9만명으로 전망되는 등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이라, 이런 타격은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보면, 금리가 1차적으로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이자도 못 버는 한계기업 수가 2017년 말보다 564곳이 늘어난 7097곳, 고용규모는 2만6105명이 늘어난 68만5381명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자산총액, 부채규모, 종업원 수가 일정수준 이상이어서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2017년 말 기준 외감기업 2만2천여곳을 분석한 결과다. 한은의 기준금리 1회 인상 폭을 말하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만큼 시장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들의 변화상을 살폈다.
분석결과를 보면, 앞으로 0.25%포인트씩 모두 1%포인트의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도 못 버는 기업은 7813곳으로 늘어나고 이들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 74만3287명이 구조조정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2017년 말 대비 한계기업 수가 19.6%(1280곳) 늘어나고, 관련 고용규모도 12.7%(8만4011명)가 확대되는 셈이다.
앞서 한은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1.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인상설’이 상당했으나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하면서 금리는 되레 올리는 ‘엇박자’를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국정감사 답변에선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저금리 유지 부작용에 대한 대내외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책금리를 2.25~2.5%로 끌어올리는 네 번째 금리 인상을 연내에 단행할 것으로 보여, 대내외 금리 격차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와 고용 상황이 한은의 금리 인상에 결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거의 유일한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는 정점을 지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은이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정부 목표치 18만명에서 절반인 9만명 수준으로 낮출 정도로 고용 시장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풍토상 저금리 아래에서는 산업·금융정책을 펴는 관료부터 기업주와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까지 고용을 흔들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사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저금리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고, 국내 금리상승은 ‘한계기업’ ‘좀비기업’에 불가항력적인 구조조정을 불러온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향후 금리상승 여파를 고려한다면 내년도 예산을 확정할 때 한계기업의 종업원 등 고용위기에 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촘촘하면서도 넓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병원 의원은 “정부가 사회안전망 강화를 포함한 확장적 예산편성안을 내놨지만 대세 금리 상승기를 맞아 구조조정 비용 등을 고려하면 더 과감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구조조정을 더 늦출 수는 없지만, 여파를 충분히 고려해서 실업수당과 일자리 대책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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