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사옥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신청을 금융위원회가 승인해 지주회장 내정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실행에 들어간다. 앞서 지주회장 자리를 둘러싼 과열경쟁에 금융당국의 ‘관치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으나, 한시적으로 은행장이 지주회장을 겸직하는 방향으로 갈등이 임시 봉합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민간 과점주주 자율경영이 훼손됐다고 보는 사외이사들 내부의 이견과 불만도 상당해 ‘관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위는 7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어 “가칭 우리금융지주의 설립을 인가했다”며 “내년 1월께 설립을 마치면, 국내 자산순위 5대 시중은행 모두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완료한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는 자본 적정성 등 지주 설립 요건을 심사했으나, 지주회장 겸직 여부 등 지배구조 개편안은 공식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에 우리은행은 8일 오전 5명의 민간 과점주주 사외이사와 공적자금 투입의 결과로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쪽 비상임이사 등이 참석하는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장-은행장 겸직 여부 등 지배구조 개편안을 논의한다. 예보 이사는 이 자리에서 정부 쪽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전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어느 개인이 회장을 한다든지 행장을 한다든지 그런 데 간여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지주회장) 겸직이냐 분리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예보가 여러 주주 중 하나니까 의견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이사회에서 ‘겸직’ 체제로 결론을 낼 경우, 연말 주총 안건을 확정하는 23일 이사회에선 사실상 손태승 현 행장이 내정자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선 과열경쟁으로 지주회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과 부담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지주회장-행장 겸직 뒤 향후 분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손태승 행장은 물론 대선 캠프 출신 인사 등 10여명이 후보군에 오르내리자,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달 국감장에서 “자가발전도 많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경계와 부담감을 드러냈다. 전날 국회 정무위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우리지주가 출범해 초창기 지주 회장과 행장이 분리됐을 때 파열음과 부작용이 많은 경험도 있다”며 겸직 체제를 지지했다.
하지만 논란 끝에 ‘한시 겸직’ 카드가 떠오르는 과정엔 정부가 민간 자율경영 약속을 깬 원죄가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민간 과점주주 쪽 한 사외이사는 “‘지배구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와 ‘(지주회장 후보) 사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같은 말로, 정부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이라며 “지주회사를 새로 만들어 은행 사람 위주로 인선을 하면 일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보 이사 역할을 극히 축소하겠다고 전임 금융위원장이 얘기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사회가 의견을 합친 모양새로 결론은 내겠지만 한시적 겸직의 문제점에 대한 내부 이견도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