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지주회사를 설립한 롯데그룹이 금융계열사 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조치다.
27일 롯데지주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공정거래법은 금융지주가 아닌 경우 지주사 전환이나 설립 2년 안에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각각 93.78%, 25.64%(9월말 기준) 보유하고 있어, 내년 10월까지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처지였다. 롯데손해보험은 호텔롯데가 23.68%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호텔롯데 역시 지주사로 편입될 것을 고려해 미리 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애초 롯데는 롯데물산이나 호텔롯데 등에 롯데카드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도 결국은 지주사로 편입될 만큼 이런 ‘시간끌기'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롯데캐피탈 매각은 미뤄뒀다. 롯데 관계자는 “일단 롯데카드 매각이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면서, 시차를 갖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각 대상이 된 계열사 대표들은 내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매우 초기다.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 달라”고 했다.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 안정과 처우 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금융계열사가 처분되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롯데의 지주사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롯데카드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유통에 활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노려온 롯데로서는 앞으로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카드와 유통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한몸'으로 인식해온 만큼, 롯데카드 매각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소은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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