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금융업체 앞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는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어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보유 가구의 이자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 정책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속도의 문제일 뿐 이미 대세 상승기에 들어섰다. 이는 앞으로 가계부채 위험관리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5대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일제히 신규 예·적금 상품 금리를 0.3%포인트 안팎 인상할 방침을 밝혔다. 주요 은행들이 저마다 수십개 예·적금 금리를 한꺼번에 인상하고 나선 것은 거의 1년 만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12월6일께 한은 기준금리 인상폭과 같은 0.25%포인트 선에서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 신한과 우리은행은 3일부터, 케이비(KEB)하나와 엔에치(NH)농협은행은 다음주 0.1~0.3%포인트 인상에 나선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1년 정기예금 금리를 2.55%와 2.5%, 3년 적금 금리를 3.0%와 2.9%(자동이체)까지 끌어올린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예측됐던 터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달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 등으로 이미 수신금리를 상당폭 끌어올려 놨다. 이에 10월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바탕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통상 수준(0.01~0.05%포인트)보다 훨씬 큰 폭(0.1%포인트)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이번엔 주요 예·적금 상품들의 무더기 금리 인상이 추가 단행되는 만큼 앞으로 대출금리 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에서 금리 상단은 이미 5%에 다가선 상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전날 국내 채권금리가 연중 저점을 찍으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되레 내려간 것처럼 국내외 채권시장 흐름이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
금리가 상승기로 접어들면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위험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빚 갚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고위험 가구가 34만6천가구로, 전체 부채 가구의 3.1%라고 추산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57조4천억원이다. 강병원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자료를 보면, 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갈 경우 고위험 가구는 36만3천가구(3.3%)로, 이들의 보유 부채는 65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이런 위험 확대는 이미 절반이 진행된 셈이다.
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김현식 피비(PB)팀장은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돼 있어 자산시장에 큰 변곡점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중 무역갈등의 향배와 글로벌 경기 하락 우려가 겹쳤을 때 국내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