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0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이어 이달 중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또 한 차례 금리인상이 이뤄지고 나면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은 일단 마무리되고, 이제 중국의 통화완화 정책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4일 내놓은 전략리포트에서 “미국은 최근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의 바로 턱밑 아래까지 와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내년 상반기에 연준이 통화정책(금리인상)을 쉬어갈 수 있다는 기대까지 살아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중인 국내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입증하듯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우리 통화정책은 연간으로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 중순에 미 연준이 현재 정책금리(2.00~2.25%)를 0.25%포인트 올린다면, 미국과 한국 모두 올해의 짧은 인상사이클이 마무리되고 내년 추가 금리인상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특히 “미국이 올해 1년간 금리를 1%포인트 올릴 동안 한국은 0.25%포인트 한 차례 인상에 그친 건 국내경제의 어려운 여건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대한 민감도가 미국보다 중국에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내년에 미국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이어진다면 “실제 실행은 어렵다하더라도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준율을 3차례 걸쳐 2.5%포인트 인하했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도 이날 리서치 보고서에서 “내년에 우리나라 성장률 둔화가 더욱 가시화하면서 한은이 빠르면 내년 4월에, 늦어도 내년 7월에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금리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연준이 그동안 제시해온 내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실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실질정책금리(정책금리-근원소비자물가)가 중립금리(2.5%~3.5% 추정·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수준)의 하단에 도달하게 되는 만큼 내년에 금리를 단 한 차례 더 인상하는 것조차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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