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연구·개발(R&D) 법인분리 갈등이 법정에서 협상장으로 넘어온 가운데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지엠 쪽에서 사업계획(비즈니스 플랜)을 제출받아 외부 용역기관을 통해 적정성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법인분할이 앞으로 경영정상화와 지속적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사업계획을 달라는 요구에 지엠이 응하지 않고 자본·인력 변동 등 지엽적 자료만 줬다는 등의 이유로 이에 반대했던 터다.
12일 산은은 ‘산업은행-지엠 협상 관련 산업은행 입장’이란 자료를 내어, “최근 지엠 쪽의 요청으로 지엠본사 배리 엥글 사장도 만나 수일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며 “산업은행의 주주로서의 권리보호,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장책 마련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한국지엠과의 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10월부터는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 한국지엠 쪽과 대화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법인분리는 지난달 법원이 주총 무효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산은은 지난 5월 지엠과 경영정상화 협상 타결로 투입하기로 약속한 돈 8천억원(7억5천만달러)의 절반인 4천억원을 이달 말까지 넣기로 계약한 상태여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엠이 법원 결정 이전엔 산은과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를 무시한 채 법인분리 강행했던데다, 최근 대규모 글로벌 생산기지 구조조정까지 진행돼 ‘철수준비 의혹’이 또다시 불거진 점을 고려하면, 법인분리 갈등에 뚜렷한 전환점 없이 혈세를 투입하는 것에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렇다고 돈을 넣지 않으면 계약파기 빌미를 주어 철수 추진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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