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추진과 관련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재로 17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차관급 인사와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 한국지엠 노조 대표 등이 만나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한국지엠이 2대 주주인 케이디비산업은행과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에도 법인 분할을 강행했다가 법원에 제동이 걸리자 산은과 지엠이 물밑 협상을 이어왔는데 합의 윤곽이 나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민주당과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17일 오후 3시 홍 대표 주재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지엠 연구개발 법인 분리 문제와 관련해 회동이 잡혔다. 여당과 정부 관계부처의 고위 관계자, 한국지엠 노조 대표가 공식적으로 얼굴을 맞대는 만큼, 한국지엠의 생산법인과 연구개발 법인 분리 문제와 관련해 산은과 지엠의 협상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홍 대표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들이 회동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문제없이 추진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최근 법인 분리 협상과 관련해 방한한 미 지엠 본사 배리 엥글 사장과 면담을 잇따라 하기도 했다. 여당 관계자도 이 회동과 관련해 “한국지엠 경영정상화와 연구개발 법인 문제가 국내 자동차산업 부품산업 생태계와 폭넓게 관련이 있는 만큼, 정부 관계부처 차관들과 이해관계자인 노조 등이 모인 자리에서 산은이 협상 진전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과 소통을 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산은이 지난 5월 경영정상화 협상 타결 때 우선주 출자를 약속한 8천여억원(7억5천만달러) 중 남은 4천여억원을 계약서상 시한 내인 오는 26일 투입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법인 분리 갈등이 한국지엠 철수 의혹에 다시 불을 지핀 뒤 산은이 거액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한국지엠의 일방 경영에 끌려다닌다는 논란이 컸던 만큼, 남은 자금 투입 일정이 잡힌 것은 산은이 협상 진전 속에 출구 찾기를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산은은 최근 법인 분리가 한국지엠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할 자료를 넘겨받아 전문 용역기관을 통해 검토 중인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미 지엠은 글로벌 그룹 안에서 계열사끼리도 연구개발 업무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경쟁을 하는데 한국 사업장이 더 많은 글로벌 업무를 수행하려면 연구개발 법인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 등은 과거 체결한 연구개발비 비용분담협정(CSA)을 통해 공동개발한 핵심 기술에 대한 무상사용권과 로열티 수령 권한 등이 한국 사업장에 묶여 있자, 미 지엠 본사가 향후 생산법인 구조조정을 손쉽게 하기 위해 연구개발 법인을 떼어낸 뒤 이를 별도 귀속시키려는 것으로 보아 반발해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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