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1일 경기도 남양주 홍유릉에서 창립 120돌을 기념하며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기원하는 제례를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1899년 대한제국 시절에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을 모태로 삼는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제공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시중 은행장들이 신년사에서 글로벌 경기 하강, 미-중 무역분쟁과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 확대, 디지털 금융·핀테크 확산 등을 거론하며 “위기 일상화”와 “시장환경 급변”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적으로 생존과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2일 윤종규 케이비(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 한해 금융시장은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위기가 일상화되는 등 지금껏 유례없는 전방위적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하향, 기업 투자심리 위축 등 국내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며, 카드 수수료 인하와 같은 시장환경의 변화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아마존, 텐센트 등의 글로벌 정보통신(ICT)기업들이 고객 기반과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디지털 혁신은 변화를 뛰어넘어 점점 더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경제·경영 여건이 지속하면서 수많은 기업이 극한에 몰리고 있다.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는 위기에서 기존 틀에 갇혀 있거나 평범한 변화에 머문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일 함영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장과 임원 등이 2일 아침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기해년 돼지 해’를 맞아 복돼지 인형과 떡을 나눠주며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제공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도 지난달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강력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오는 14일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킬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은행장 역시 전날 신년사에서 “최강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특히 변화와 위기에 맞서서 디지털 혁신 속도를 높여달라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컸다.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은 신년사에서 “2019년은 핀테크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3의 인터넷은행, 이종 산업의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 등이 예고돼 있다”며 “제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스마트 금융그룹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인 케이비국민은행장은 웬만한 금융회사를 뛰어넘는 규모의 충전 현금을 보유하고 결제 앱 사용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스타벅스 앱’ 사례를 강조하며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오는 3월 은행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스마트폰 시대에 한발 밀렸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몇 년 새 클라우드 선도기업으로 변모하면서 구글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사례를 들면서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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