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케이비(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결의 대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케이비(KB)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7일 저녁부터 파업 전야제 행사에 돌입하는 가운데 은행 노사가 날 선 대립 속에서도 막판 타협을 염두에 둔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윤종규 케이비금융 지주회장 겸 국민은행장 시절부터 상당 기간 이어진 적대적 노사관계와 사상 최대 실적 행진 뒤편의 성과주의 갈등, 임금피크제 등을 둘러싼 이번 파업은 현실화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노사 양쪽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6일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케이비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7일 저녁 파업 전야제를 앞두고 지역 점포 소속 조합원들은 퇴근 뒤 대절 버스를 타고 상경하게 될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 집결해 파업 전야제에 이어진 1박 행사를 하고 8일 당일 파업을 한 뒤 오후에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라고 말했다. 회사 쪽은 “파업이 실행될 경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차적으론 관리직급과 파업 불참자의 창구 전진 배치를 통한 전 영업점 정상운영, 이차적으론 근무 인원 부족 시 지역 거점 점포 중심 운영 등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온라인 뱅킹과 모든 영업점의 자동입출금기(ATM)는 정상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사는 각각 “공공성 훼손과 귀족노조 프레임 용납 못해” “상식과 원칙을 훼손한 요구 과도해”라고 주장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양쪽 다 막바지 극적인 타협의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노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6일에 이어 7일에도 최고위급 접촉과 협상이 이어질 예정이다. 노사 양쪽은 성과급 배분에 대해선 합의 실마리를 찾았으나, 임금피크제 시점 조정과 신입사원 페이밴드(승진 정체 시 호봉상승 제한) 폐지 등의 쟁점에선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은행 노사는 통상적인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하다가 지난달 총파업 가결까지 치달았다. 이는 최근 몇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일선 영업 압박이 큰 ‘성과주의’ 경영방식에 대한 갈등이 점점 깊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경영진 50여명은 지난 4일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으로 일괄 사직서를 내는 한편 파업 대책 강구에 나섰으나, 노조 요구 수용엔 여전히 선을 그었다. 노조 쪽은 합법 파업에 불참하도록 유도하려 회사 쪽이 조합원을 상대로 압박과 회유를 하고 있다며 법적 조처를 거론하는 등 날을 세웠다.
국민은행은 지점·출장소도 1050여곳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아서 파업 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복수의 노사 관계자들은 “7일 지역 조합원들의 상경이 시작되면 물리적으로 파업을 되돌리기 힘들다”면서도 “사회적 파장에 대한 부담 때문에라도 막판까지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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