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케이비(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케이비(KB)국민은행 노사가 파업 전야제 중 재개한 막판 협상에서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8일 노조가 19년 만의 파업에 들어갔다. 은행은 본부 인원을 파견해 대출 등 모든 업무를 정상 운영하는 거점점포 441곳을 따로 지정하되, 모든 영업점이 부분 업무라도 하면서 문을 열도록 했다. 또 창구·자동화기기(ATM)의 수수료 대부분을 영업시간 중 면제하기로 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케이비국민은행지부가 이날 오전 9시 총파업 출정식을 시작함에 따라 국민은행은 총파업 비상대책위를 가동하고 전국 영업점 운영현황 점검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회사 쪽은 “파업에도 전국 1058개 모든 영업점을 열었다”며 “주택구입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출입·기업 금융업무 등은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이 발생할 수 있어서 거점점포를 찾는 게 좋다”고 밝혔다. 대출 등 모든 업무가 정상 처리되는 거점점포는 서울 145개점, 서울 외 수도권 126개점, 지방 140개점 등이다. 국민은행은 거점점포 이외에도 비대면 채널인 온라인뱅킹, 자동화기기의 정상 운영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7일 서울 시내 한 케이비(KB)국민은행 지점에 파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케이비국민은행지부는 8일 하루 경고성 총파업을 진행한다. 연합뉴스
이날 파업 불편을 고려해 오전 9시~오후 4시 은행 영업시간 중에 면제되는 수수료는 타행송금 등 자동화기기 이용,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증명서 발급, 통장 분실 재발급 등 모든 사고 신고, 외화수표 매입 등 외환 관련 등이 해당된다. 또 가계·기업 대출의 기한 연장, 대출원리금 납부 등이 이번 파업으로 정상 처리되지 않았다는 민원이 있을 경우 연체이자 없이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만기 도래나 기업 여신 업무 중 파업 당일 문제가 될 만한 일정은 사전에 처리할 수 있도록 개별 고객에게 연락을 취해놨던 상태”라면서도 “그래도 고객 민원이 발생할 경우 사정을 살펴서 고객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케이비(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국민은행 노사는 전날 밤 11시 이후 협상장으로 돌아가 이날 새벽 1시45분께까지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했으나, 허인 행장과 박홍배 지부장이 얼굴을 맞대는 대표자 교섭까지 진전을 보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노사는 현재 파업 참가 규모도 노조 쪽은 9천~1만명, 회사 쪽은 5천~6천명으로 추산하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1만7천여 임직원 중 1만3700여명이 조합원이다. 지점 인력 규모는 통상 10~15명인데, 점포 개점을 위한 최소 인력 규모는 3명이어서 관리직급으로서 비조합원인 지점장과 2~3명의 부지점장만으로 문을 열 수는 있다. 이날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밤샘 집회를 한 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은 오전 9시 파업 출정식을 시작으로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 뒤 오후 3~4시께 해산해서 전세버스를 타고 소속 지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만 노조는 임단협 협상이 계속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달 말일 2차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인데다, 이때는 거래 수요가 많은 월말이어서 파업의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금융당국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파업 관련 ‘확대위기관리협의회’를 열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 위기상황대응반은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라 파업 진행 및 영업, 고객 불편 등 상황을 주시해 즉각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여타의 일반기업과 달리 은행은 경제활동을 매개하는 국민경제의 핵심 인프라라는 측면에서 개인의 금융거래와 기업의 영업활동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은행의 파업은 국가적 손실도 큰 사안”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노사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노사에 당부했다.
정세라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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