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제한)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17일 발효한 가운데 제3의 인터넷은행 도전을 둘러싼 정보통신(ICT) 업계 동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정보통신 기업은 사업참여엔 아직 선을 긋고 있으나 일부는 23일 금융당국이 개최할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과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새 인터넷은행 도전 의사를 명확히 공표한 곳은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 정도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시중은행·게임사·포털사 등을 전방위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2015년 인터넷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인터파크는 이상규 전 대표가 지난해 재도전 의지를 밝혔으나, 이 전 대표는 사임했으며 참여 여부도 ‘미정’으로 한발 물러서 있다.
제3의 인터넷은행 도전 후보로 거론되며 흥행몰이를 할 만한 주요 정보통신 기업들은 온도차가 있지만 사업참여엔 아직 선을 긋는다. 네이버는 사업참여나 설명회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최근 정부 분위기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앞서 당·정·청은 여당 내 논란에도 특례법 통과를 밀어붙이는 등 주요 정보통신 기업의 참여를 바라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손잡고 인터넷은행 진출설이 있었던 미래에셋대우증권 쪽은 “인터넷은행 참여와 관련해 네이버에서 공식 제의를 받은 적이 없고, 23일 설명회에도 안 간다”고 말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도 “사업참여나 설명회 참석 여부 의사결정이 안 됐다”고 전했다.
게임·간편결제 업체인 엔에이치엔엔터테인먼트는 설명회엔 참석할 예정이나, 사업참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 업체는 네이버에서 2013년 떨어져 나왔는데, 2015년 인터파크 주도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페이코 등 간편결제에 집중해야 해서 지금은 여력이 없다”며 “설명회는 업계 동향 파악차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심스런 분위기는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이 채 안 돼 각각 4800억원과 1조3천억원의 큰 자본금이 들어간데다, 카카오뱅크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최근 대출시장이 성장이나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녹록하지 않은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이나 은행산업은 자본 여력이 있는 정보통신 기업들의 참여가 경쟁도 촉진하고 좋다”며 “하지만 사업자로선 은행업이 지속해서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금융은 어느 순간 위기 이벤트가 오는데 그때 대손비용이 무섭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명회 접수중으로 일주일 만에 50여곳이 신청을 했는데, 특정 업체는 참석 사실 공개를 꺼려 신청을 철회할 정도로 예민하다”며 “변호사 등이 물밑에서 간접 참석을 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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