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등판할지 관심을 모았던 네이버가 결국 국내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21일 공식화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주요 정보통신(ICT)기업의 사업 참여를 기대하고 여당 내 논란에도 ‘인터넷은행 특례법’ 처리로 은산분리(은행의 소유지분 제한) 규제 완화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와 인터파크에 이어 네이버마저 후보 등판을 줄줄이 고사해, 규제 완화의 의미가 퇴색되게 됐다.
이날 네이버 쪽은 “국내 인터넷은행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다”며 “23일 금융당국이 여는 인가심사 설명회도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환경이 워낙 좋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이미 서비스를 잘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 사업을 하면 ‘더 나은 가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경쟁력이 있느냐를 검토한 결과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일본 등 외국은 금융 인프라가 아직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차별화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라인을 통해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의 국내 인터넷은행 사업 참여 가능성은 언론을 통해 계속 입길에 올랐으나, 네이버는 공식적으론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면서도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또다른 네이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성공해야 하니까 푸시를 많이 하는 것 같으나, 우리는 사업적 관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23일 인터넷은행 인가심사 설명회를 열고 3월에 사업자 신청을 받아 5월에 1~2개 사업자에게 예비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인가심사 국면에서 주요 정보통신 기업들의 경쟁은 보기 힘들어지면서, 제3의 인터넷은행 등장 흥행몰이는 힘이 빠지게 됐다. 현재 사업 참여를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 정도다. 키움증권은 정보통신 기업인 다우기술이 대주주인 탓에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며, 2015년 1차 인가심사 경쟁 땐 사업 참여를 저울질하다가 접었던 이력이 있다.
이런 흥행 부진은 인터넷은행 사업이 웬만한 자본 투입 여력 없이는 영위하기 힘들다는 점이 시장에 인식된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대출 성장과 리스크관리가 녹록하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이 흑자전환 기반으로 상장이 가능해질 때까지 큰 자본금이 드는 사업이란 점은 인터넷은행 1·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과 7월에 차례로 출범한 뒤 각각 4800억원과 1조3천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했다. 또 카카오뱅크가 800만 고객을 확보하고 대출자산을 10조원에 육박하게 키우는 등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점도 후발주자들이 시장 진출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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