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인터파크 등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후보군으로 오르내린 주요 정보통신(ICT) 기업들이 줄줄이 사업 불참 뜻을 공표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23일 개최한 인가심사 설명회는 외관상 정보통신 업계보다는 금융권의 발길이 더 몰렸다. 논란을 무릅쓰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제한)를 완화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밀어붙인 정부와 여당 지도부의 의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개최한 이날 인터넷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엔 법인과 단체 55곳에서 120여명이 참석 신청을 해서 자리를 메웠다. 정보통신 기업으론 다우기술·인터파크 등 13곳이 참석했다. 다우기술은 사업 참여를 거의 유일하게 공식화한 키움증권의 대주주다. 인터넷은행 불참을 이미 발표한 인터파크는 단순히 업계 동향 파악 차원에서 참석했다고 밝혔으며, 네이버는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설명회 참석자는 금융권의 비중이 가장 커서, 전체 55곳 중 21곳이 금융권이었다. 인터넷은행 동향에 민감한 은행권에선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와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엔에치(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이 각각 참석자를 보냈다.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지분을 투자한 우리은행과 케이비(KB)국민은행 쪽은 참석하지 않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자체 모바일뱅크가 있으니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도할 생각은 없지만, 자본력 있는 정보통신 기업 파트너가 있다면 일부 지분을 넣어 한발 걸쳐둘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네이버 등이 사업을 고사하면서 적어도 3천억원까지 자본금을 내놓을 여력이 있는 정보통신기업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업에 매력을 느끼는 보험·증권·저축은행 쪽에서도 설명회에 얼굴을 내밀었다. 증권사에선 인터넷은행 도전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 중인 키움증권이, 보험사에선 교보생명이 설명회장을 찾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참여는 아직 실무선에서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2015년 1차 인가심사 때도 참여를 저울질 했으나 막판에 불참으로 돌아섰다.
이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8곳에서도 19명이 참석 신청을 한 만큼 주요 정보통신 기업이 ‘간접 참석’ 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 여력이 큰 정보통신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정보통신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흥행몰이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만들면서 (은산분리) 지분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에 대주주 규제는 조금 강화한 측면이 있다”며 “추가 규제 완화 목소리도 있지만, 진행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로만 이뤄진 컨소시엄이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과 금융이 융합는 핀테크 혁신을 유도하려는 취지에는 잘 맞지 않아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