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둔화 흐름과 함께 부동산 시장도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부자들은 여전히 보유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을 줄일 생각이 없는 이들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의 부를 형성하는 데 부동산의 기여가 가장 컸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8일 펴낸 ‘2019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국내 부자들의 84%는 앞으로 5년간 부동산 경기가 정체 또는 침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도 정체·침체 전망(78%)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0%로 가장 컸고, 전년도 비중(47%)보다 더 확대됐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자산관리 조직인 하나은행 피비(PB)센터를 이용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 고객 992명을 대상으로 2018년 10월부터 두달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고서로 펴냈다.
부자들은 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현재의 자산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택하며 관망하는 성향이 짙었다. 현재의 자산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이들이 46%,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확대하겠다는 이들이 18%, 부동산 비중을 확대하고 금융자산을 줄이겠다는 이들이 13%였다. 현재도 평균 잡아 절반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는 쪽이 59%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현재의 보유 자산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게 부동산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재의 부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투자 형태나 소득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투자(27%), 사업소득(20%), 근로소득(19%), 금융자산 투자(19%), 부모의 증여·상속(15%)을 차례로 꼽았다. 이에 따라 자녀 등에게 증여·상속 계획을 잡을 때도 부동산 형태를 택한 이들이 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금·예금(31%), 주식·채권·펀드(9%) 등을 선택했다. 특히 부동산 형태 상속 선호 비중은 2016년 39.7%였는데, 해마다 늘어나 40%대로 올라섰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인데도 금융상품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고 미래 가치의 상승이 기대되는 부동산을 상속·증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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