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 사장 내정자였던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고사’ 형식으로 물러나고,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인 성대규 보험개발원장(52·
사진)이 새로운 사장 후보로 선임됐다. 신한생명을 보유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이르면 내년에 두 회사 합병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부른 정문국 사장 카드를 물리고, 이례적으로 금융당국 관료 출신 카드로 갈아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성대규 원장을 신한생명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에서 최고경영자에 관료 출신이 온 것은 처음이다. 신한금융 쪽은 “지난해 12월 자경위에서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후임으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내정한 바 있으나, 지난 1일 오렌지라이프의 신한금융그룹 편입이 완료된 직후 정문국 사장 본인이 직접 신한생명 사장 후보 추천에 대한 고사 의견을 전해왔다”며 “정 사장이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기기보다 오렌지라이프의 강점인 설계사(FC)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기반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게 고사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2020년 2월에 오렌지라이프 사장 임기가 끝나며, 성 내정자의 임기 종료는 같은해 12월 말이다. 신한금융 쪽은 성 내정자에 대해선 “재정경제부, 금융위 등에서 보험 관련 업무만 22년 넘게 수행해온 ‘보험통’”이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두 회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성 내정자는 33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수석 합격해 주로 보험통으로 경력을 쌓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을 끝으로 2014년 공직을 떠났으며, 2016년 11월 보험개발원장에 선임됐다.
앞서 정 사장이 두 회사 합병 작업을 주도할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되자 전국사무금융노조와 신한생명지부는 “구조조정 전문가를 통합 생보사 사장에 올리는 것은 안 된다”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신한금융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전격적으로 조기 단행된데다 신한생명을 포함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진 탓에 ‘세대교체냐, 지주회장 경쟁자 견제냐’를 둘러싼 인사 잡음도 컸다. 연말이면 연임 경쟁에 나서야 할 조용병 지주회장 자신도 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 그룹은 금융당국이 주시하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 관료 출신 인사가 이례적 교체 카드로 등장한 것엔 눈길이 쏠릴 만하다.
다만 인력 중심 구조조정을 우려해 정 사장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노조 쪽에선 새 사장 후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모든 ‘낙하산’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전문성과 노사관계 등을 두루 본다”면서 “성 내정자는 보험개발원장 시절에도 노사관계에서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부분이 많아서 향후 소통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