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KB)금융 노조가 노동이사제와 유사한 근로자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세번째 시도에 나섰으나, ‘추천 자진철회’로 불발됐다. 앞서 케이비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추천한 후보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케이비 계열사 자문업무를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자격 결격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이었던 노동이사제 도입에 적극성을 잃은 가운데 이번 은행권 주주총회 시즌엔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만이 도전의 불씨를 살려가게 됐다.
21일 케이비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케이비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주주제안 형식으로 사외이사 후보에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했으나 이를 곧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비노협은 최근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의 다른 변호사가 케이비손해보험의 법률자문과 소송을 수행한 실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자격 배제요건으로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등과 ‘주된 법률자문, 경영자문’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인 경우 등을 꼽는다.
케이비노협 박홍배 의장은 “주주제안서 제출 이후 사외이사 후보인 백 변호사의 소속 법무법인이 최근 수년간 케이비손보의 일부 소송을 자문·대리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무법인이 맡은 건은 케이비손보의 연간 전체 법률자문·소송대리 위임 규모에 견줘 건수 1% 미만, 금액 0.1%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박 의장은 “해당 법무법인은 (법률이 자격 결격 요건으로 둔) ‘주된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그러나 향후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흠결 논란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의 순수성을 폄훼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어서 후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케이비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은 백 변호사에게 자격요건 이슈를 둘러싸고 법률자문을 여러 곳에 구한 결과, 결격·적격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내용을 지난 14일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류제강 케이비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장은 “절차적 미숙함을 보완하여 다음 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은 흔들림 없이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비노협과 기업은행 노조가 추진한 근로자추천 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노동이사제(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경영권 침해’라는 재계 반대 등에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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