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삼성전자 제공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개선 움직임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가 도입된 뒤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주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요구가 점차 목소리를 얻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0일 각 기업이 주총에 상정한 정관변경안을 분석했더니 ‘정관 안건의 분리 상정 움직임’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 네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기업들도 있었고, 정관 안건 반대 권고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관 변경 안건을 분리 상정한 기업은 지난 2017년 5곳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 17곳으로 증가했고, 올해 주총 시즌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14곳에 이르고 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기업들은 그동안 주총에서 정관 안건을 일괄 상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정관을 일괄 상정할 경우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주권익을 해치는 조항에 대해서만 반대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전체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업 역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필요한 정관 조항이 다른 조항의 문제로 부결되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분리 상정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어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업무를 감독할 수 있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에서 의장을 선출하는 정관변경도 증가하고 있다. 대상·만도·카카오·에스케이(SK)·오리온·한국콜마홀딩스 등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다만 연구소는 정관에 의한 이사회 의장의 이사회 선임 움직임이 실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로까지 이어지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히려 엘지(LG)하우시스처럼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분리 조항을 삭제한 기업도 있다고 했다.
또 자산총액이 2조원이 안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또는 감사위원회 같은 이사회 내 위원회를 도입할 의무가 없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도입도 관찰됐다. 연구소는 한미사이언스와 원익아이피에스(IPS) 등이 자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오리온과 진에어 등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소는 올해 주총을 앞두고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겨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변경안을 낸 한진에 대해서는 다른 기업과 달리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감사 선임과 관련된 주주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처라는 비판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최근 불거진 기업지배구조 문제 및 경영권 분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순히 감사위원회의 도입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고,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감사 기능의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분리 선출하여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이사회를 구성할때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와 다른 이사를 처음부터 따로 나눠 선출하자는 방안이다.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돼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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