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5일 경북 경산 자동차 부품업체 주식회사 일지테크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영세하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6천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자영업자의 “금융접근성 향상”이라는 정책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구조조정 대신 단기 연명을 위한 자금 지원으로 자영업의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은행권 사회공헌기금 500억원을 바탕으로 자영업자별 특성에 맞는 보증 지원 ‘3종 세트’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3종 세트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영업자의 보증료율을 낮춰주고 보증비율을 높여, 영업이 어려운 이들의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게 목적이다. 안정적 자금 지원을 강조하며 보증 만기도 5년(통상 1년)까지 늘렸다.
우선 연매출 5억원 이하의 영세 자영업자에겐 보증비율 95%로 3억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보증료율도 기존(평균 1.5%)보다 0.3%포인트 낮춰준다. 4500억원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지원된다. 데스밸리 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전년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보증비율을 100%까지 올리고, 보증료율은 0.5%포인트 깎아준다. 이 프로그램에만 1200억원이 풀린다. 지원 대상에서 매출 기준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연매출 5억원 언저리에서 영업 악화를 겪어, 제도권 금융·보증 이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자영업자들이 대상이다. 보증한도는 1억원이다.
남은 300억원은 재창업?재도전 자영업자에게 쓰인다. 지원 대상은 3년 안에 폐업한 경험이 있는 (예비)재창업자로, 100% 보증에 보증료율은 0.5%로 고정된다. 지원 혜택이 큰 만큼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에서 사업성·성장성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5년간 자영업자의 이자비용과 보증수수료 절감효과가 160억6천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전국 17개 은행 영업점에서 자영업자 맞춤형 지원프로그램 상담이 시작됐다. 이날 신보 대구 본점을 찾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자영업 부문에서 ‘인내 자본’이라 말할 수 있는 금융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노하우를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축적의 시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자영업자 보증 지원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당장 해갈이 될 수 있지만, 자영업 부채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연명치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자영업이 어려운 것”이라며 “맞춤형 컨설팅 등을 거쳐 꼭 필요한 금융지원이 아니라면 오히려 자영업자의 빚을 늘리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올해 자영업자 부채는 6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29일부터 3년간 1조원 규모로 자동차 부품업체 회사채 발행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완성차업체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품업체를 지원하는 취지에서다. 중소?중견 부품업체가 발행한 회사채를 50% 이내로 편입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지원한도는 중소·중견 부품업체에 각각 150억원, 250억원 규모다. 만기는 3년이다. 금융위는 “상황이 어려운 부품업체가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고정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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