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총재 측근 인사를 민간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보내려한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자, “해당 인사가 공모에 지원할 뜻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는 한은과 금융위원회가 세간의 눈을 피해 ‘낙하산 자리 맞바꾸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5일 한은은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임형준 한은 부총재보가 퇴직 뒤 한국자금중개 사장 공모에 지원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며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은 차기 한국자금중개 사장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성명서를 내어 한은과 금융위가 관행적으로 차지하던 민간 기관장 자리를 슬쩍 맞바꾸는 식으로 퇴직자 자리를 챙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노조는 “임형준 부총재보가 한국자금중개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인사는 한은에서 노동 적대적 태도로 문제를 일으켜 한은이 금융결제원장에 앉히려는 것을 낙하산 저지 투쟁으로 막았는데, 엉뚱한 곳에서 불씨를 되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대대로 한은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던 금융결제원장에 임 부총재보가 가는 게 좌절되자 금융위 퇴직 관료가 결제원장에 가게 됐고, 대대로 금융위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던 한국자금중개 사장 자리를 한은에 내주는 식으로 자리를 맞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임 부총재보는 5월 한은에서 퇴직 예정이며, 금융위 증선위원(1급) 출신인 이현철 한국자금중개 사장은 8월에 임기가 끝난다.
앞서 임 부총재보 내정설로 시끄러웠던 금융결제원장은 김학수 금융위 전 상임위원이 이날 선임됐다. 금융결제원은 한은과 은행들이 함께 설립한 기관으로 한은이 맡은 지급결제가 주 업무여서 대대로 한은 인사들이 원장으로 갔으나 논란 끝에 금융위 퇴직자 몫으로 돌아갔다. 이어 한국자금중개는 금융위 산하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바탕으로 금융위 퇴직 관료들이 대대로 사장을 맡다가, 이번에 임 부총재보 사장 내정설이 불거졌다. 낙하산 맞바꾸기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자리 맞바꾸기’ 논란이 커지자 한은은 “금융노조가 한은과 금융위의 낙하산 자리 스와프 의혹을 제기하며, ‘이 과정에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정설로 굳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은 원장 연봉이 5억원 이상이고, 한국자금중개 사장도 기본 연봉 4억원에 성과급이 더 있는 자리”라며 “과거엔 퇴직 관료들이 이름값 있는 대형 민간 금융사를 선호했지만, 세월호 관피아 논란 등을 거치며 재취업 문이 좁아지니 연봉은 높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런 자리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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