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재테크 조언 중 하나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체크카드를 쓰면 외상과 할부의 마법에서 벗어나 통장 잔고 안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씀씀이가 잘 제어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쓸 만큼 봉투에 현금을 넣어다니라”는 눈물겨운 팁도 있다. 소소한 절약 기능이 담긴 선불충전식 카드를 써보면 어떨까.
가장 널리 알려진 선불충전카드는 ‘티머니 교통카드’다. 보통 미리 충전해서 청소년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많이 쓴다. 요즘엔 간편송금으로 시작한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도 선불충전카드를 내놓고 있다. 다른 카드는 집에 두고 하루나 며칠씩 쓸 만큼 그때그때 선불충전카드에 돈을 채워 이용해 볼 수도 있겠다.
지난 4일 ‘토스’는 선불충전식 ‘토스카드’를 내놨다. 만 17살 이상이면서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계좌를 1개 이상 등록해뒀다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토스 앱에서 선불충전금에 해당하는 ‘토스머니’를 충전하면 온·오프라인에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간편송금 한도와 마찬가지로 하루 최대 200만원까지 결제할 수 있다. 미성년자는 하루에 30만원, 한달에 100만원이 한도다. 결제한 뒤 천원 미만의 잔돈을 알아서 모아주는 ‘잔돈 저축’이라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43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700원이 토스 자동저축 계좌에 모인다. 올해 말까지 롯데·효성·한국전자금융 자동입출금기기(ATM)에서 출금 수수료가 무제한 무료다. 출시 기념으로 카드를 쓸 때마다 33% 확률로 결제 승인 금액의 10% 캐시백(최대 20만원)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에스케이텔레콤(SKT)이 만든 ‘핀크’도 지난 1일 ‘절미카드’를 출시했다. 인스타그램에서 900만 계정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강아지 ‘인절미’를 모델로 내세웠다. 만 18살 이상의 핀크 고객이면 앱에서 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충전은 200만원까지 해둘 수 있는데 결제 한도는 건당 50만원, 월 500만원이다. 핀크 앱에 있는 ‘에이아이(AI)핀고’는 소비 내역에 따라 ‘경고’부터 ‘탁월’까지 5단계로 소비 분석도 해준다.
또 핀크는 최대 5개 제휴은행 계좌를 카드에 연동해 그때그때 주계좌를 변경할 수도 있다. 사용 목적에 따라 통장에 ‘꼬리표’를 붙여 쓰는 이른바 ‘통장 쪼개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도 카드를 여러 장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달까지 1만원 이상을 첫 결제하면 2천원을 돌려준다. 또 5월말까지는 실적에 따라 사용금액의 최대 3%(최대 1만5천원)까지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도 진행한다. 핀크카드는 자체 출금이 불가능한 대신, 하나은행 에이티엠에서 휴대폰 인증을 받아서 출금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느 선불충전카드를 쓰든 ‘자동충전’ 방식을 선택하면 사용자 입장에선 기존 체크카드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충전이 설정되지 않았는데 충전금이 3만원 밖에 없을 때 5만원짜리를 결제하면 잔고가 없는 걸로 보고 결제가 막히지만, 자동충전을 선택했다면 앱이 은행 계좌에서 필요한 만큼 돈을 끌어다 충전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된다. 앞서 지난해 선불카드를 내놓은 카카오페이 카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자동충전 방식만 가능해, 사용자 입장에서는 체크카드나 마찬가지였다. 선불충전카드는 체크카드와 마찬가지로 소득공제도 30% 적용된다.
경제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