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주요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표면상 상품 재편 수요가 있다는 점을 앞세웠지만, 4월 중 자본확충에 차질이 생기면서 사실상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선 셈이다. 케이뱅크는 5900여억원 증자 일정을 오는 25일에서 다음달 30일로 한달 이상 연기했다.
9일 케이뱅크는 “직장인케이 신용대출과 직장인케이 마이너스 통장의 판매를 당분간 중단한다”며 “다른 금융회사 대출을 갈아타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출 신청 절차를 개선하는 등 작업이 있어 해당 상품의 판매 재개 시기는 확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뱅크는 다음달에 듀얼케이 입출금통장을 다시 재편해서 내놓는 등 예금상품도 손을 보겠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는 이날 5900여억원 상당의 신주 청약예정일을 오는 11일에서 다음달 23일로, 증자대금 납입일을 오는 25일에서 다음달 30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케이뱅크가 주요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 배경엔 이런 증자 연기에 따른 자본금 부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자본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대출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케이뱅크는 지난해에도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영업 중단을 거듭했다. 연말에서야 1200억원을 가까스로 증자한 뒤 영업을 정상화했는데, 올해 1~3월 늘어난 대출 순증액이 2300억원 정도 된다. 지난해 연간 대출 순증액이 4천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케이뱅크의 한 주주사 관계자는 “4월 중 계획대로 증자가 되었다면 대출 영업에 아무런 차질이 없었겠지만, 증자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증가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정상적 영업을 위해선 자본금 확충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실제 영업적자로 자기자본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2분기 중에 위험 수준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는 탓이다. 현재 케이뱅크 대출에서 직장인케이 신용대출은 신규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 상품으로, 이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경우 대출 증가 속도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케이뱅크의 자본금 확충 전망은 불투명하다. 케이티(KT)는 지난 1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에 따라 34% 지분 확보를 전제로 지난달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자격 승인을 신청했으나 최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케이티가 대주주 결격 사유인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 전력에 더해 공정위 추가 조사 건이 불거지는 등 걸림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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