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금융규제 체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요?” “네.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앞으로 금융업 진출을 확대할 의지가 있나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연결되는 측면도 있고, 그럴 생각이 있습니다.”
“벌금형으로 카카오뱅크 등 대주주 적격 승인이 어려워지면 비(B)플랜이 있나요?” “아니, 그건 없습니다.”
지난 30일 공정거래법 위반(허위자료 제출) 결심공판을 끝내고 법정을 나서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53)은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했다. 2016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혐의에 대해 벌금 1억원의 구형을 받고 나오는 길이었다. 지난해 12월 법원이 벌금 1억원을 약식명령했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음달 14일 1심 선고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 재판 결과를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승인 심사에 반영해야 하는지 최근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특정인이나 기업이 금융회사 대주주로 적격한지 사회적 신용도 등을 심사해 승인하는 것은 원래 금융당국의 몫이다. 그런데 김범수 의장과 카카오의 경우 법원과 법제처가 칼자루를 쥐게 됐다. 이들 기관의 결정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전환과 카카오페이를 통한 바로투자증권 인수의 성패가 갈린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엔 금융규제 준수에 대한 카카오의 무지와 책임의식 부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진흥에 급급해 ‘입법 미비’를 사실상 방치한 측면도 있다. 은행에 ‘산업자본’이자 ‘개인’인 주인이 처음 등장하면서 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등의 대주주 심사 규정에 논란 여지가 큰데도 입법에 책임있는 대처가 없었다는 얘기다. 현재 증권사·보험사 등의 대주주 심사를 규정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카카오그룹의 계열주인 김범수 의장의 벌금형 전력을 보도록 명시해놨다. 하지만 은행법과 인터넷은행특례법에선 심사대상이 카카오 법인만인지, 카카오 주인인 김범수 의장까지인지가 불명확하다. 금융위가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인터넷은행특례법을 제정할 때 김범수 의장 같은 계열주를 심사대상에 명시할 것인지도 논의하자는 얘기가 있었으나, 법안 통과 여부가 첨예해 다른 사안들은 추후로 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은행은 예금자 보호 때문에 대주주가 더 큰 사회적 신용도를 요구받는다. 증권사 인수도 김범수 의장을 심사하는 판에 카뱅 심사에서 그를 제외할 경우 형평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법의 입법취지나 다른 법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땐 계열주를 심사대상으로 봐야 하지만, 법조문만 봤을 땐 ‘입법 미비’로 모호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게다가 카카오가 금융업에 의욕을 보이지만, 걸맞는 규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상당하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담당자 단순 실수’를 주장하는 카카오를 상대로 “공정위가 2015~2016년 자료제출을 요구하면서 제출요건에 대한 상세한 공문을 두 차례나 보냈던 만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법령은 원래 실무자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동일인 대표자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있다”며 “카카오는 검찰 기소까지도 금융업 진출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상품을 플랫폼에 올려 팔면서 확정수익 보장에 가까운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당국이 나서야 했다”며 “금융규제 준수에 대한 인식이 아직 한참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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