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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원화가치 하락, 웃는 종목들

등록 2019-05-09 18:18수정 2019-05-09 19:05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1달러가 1100원인 게 주식시장에 좋을까, 아니면 1200원인 게 좋을까?

많은 투자자가 1200원이 좋다고 믿고 있다. 원화가 1100원에서 1200원이 될 경우 수출 기업은 똑같은 제품을 10%의 이익을 더 보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살 때 돈이 더 들어가긴 하지만 원자재 구매비용보다 이를 가공해 내다 팔 때 생기는 매출액이 크므로 문제 될 게 없다.

외국인 매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외국인은 주가뿐 아니라 환율까지 고려해 투자한다. 가장 좋은 때는 원화가 1200원에서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점이다. 이때 매수를 하면 환율에서도 이익을 보게 되는데 원화가 1100원까지 하락할 경우 환율에서만 10% 가까운 이익을 얻게 된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실제는 투자자들의 믿음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원화가 1100원에서 1200원이 되는 것보다 반대 경우에 주가가 더 많이 오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화는 우리 경제가 좋을 때 강해진다. 이런 움직임이 수출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경기의 영향이 이를 압도해 주가가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06년이 대표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뚫고 900원까지 내려왔는데 그사이에 종합주가지수가 1300에서 2000까지 상승했다. 주식시장이 걸음마 단계였던 1980년대 중반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 3저 호황기였던 1986~1988년 사이 원-달러 환율이 890원에서 670원으로 내려오는 동안 주가가 150에서 1000이 됐다. 외환위기 직후 달러당 1600원까지 올랐던 원화가 하락하는 과정에 주가가 오른 경우도 있었다.

환율에 대한 접근은 시장보다 업종을 중심으로 하는 게 좋다. 업종에 관해서는 비교적 일관된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환율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은 자동차다. 국내 자동차의 품질이 선진국과 비슷해지면서 가격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인데 원화가 약할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2007년 중반에 745원이었던 원-엔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400원대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그 사이 현대차 주가가 10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환율로 인해 우리 자동차 회사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보다 두 배가 됐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었다. 최근에 자동차가 다른 어떤 업종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환율의 영향이 작용한 결과다. 그다음은 호텔과 레저 관련 업종이다. 원화가 약할수록 해외 방문객이 늘어나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170원을 넘었다. 2017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올해 외환시장이 1115원에서 시작했으니까 넉 달 만에 5% 가까이 오른 셈이 된다. 저항선이었던 1150원대가 뚫리자 상승이 대단히 빨라져 이전과 다른 모습이 됐다. 우리 경제 체력상 1200원 위로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원화의 수준이 달라진 건 분명하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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